초록 눈 프리키는 알고 있다 조이스 캐럴 오츠(Joyce Carol Oates), 부희령 | 비룡소 | 20111111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초록 눈 프리키는 알고 있다>는 소설이지만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내용을 담고 있다. 청소년 소설인 이 작품은 가정 내 폭력이 가져온 한 가족의 비극과 그것을 목격한 소녀의 내적 성정기를 다루고 있다. 책의 저자인 조이스 캐럴 오츠를 처음 만난 건 세기의 여배우 마를린 먼로의 일생을 그린 <블론드>를 통해서였다. 그런 그녀가 청소년소설을 썼다니 다소 의아하기도 했는데, <블론드>의 내용을 떠올려 보면 유년시절의 마를린 먼로의 심리에 대해 그녀는 꽤 섬세하게 묘사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이 책과 같은 십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계속 써온 영향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란체스카라는 자신의 이름을 싫어하는 주인공은 이제 열 네댓살 쯤 된 평범한 사춘기 소녀다. 하지만 소녀가 자라온 환경은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유명 스포츠 선수에서 이제는 유명 스포츠 중계자가 된 아버지는 늘 남의 이목에 신경을 쓰는 과시욕이 강한 남자였고, 아버지가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이 가정에서 엄마와 이복오빠 토드, 프란체스카, 그녀의 여동생 사만다는 아버지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자신들을 사랑하고 있으며 그 사랑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롭다고 느꼈던 집안의 분위기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연히 엿듣게 된 아빠와 엄마의 다툼, 그리고 엄마의 흐느낌... 이복오빠는 다른 지역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으니 프란체스카에게 부모님의 불화를 의논할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가족의 불화는 친구나 친척에게도 말을 꺼내기 쉽지 않은 문제다. 우리는 누구나 우리의 가정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완벽한 가정으로 보여지길 희망하니까. 그래서 프란체스카는 애써 현실을 외면하며 불안을 달래는 수 밖에 없었다. 엄마가 왜 갑자기 목에 꼼꼼히 스카프를 두르고, 소매가 긴 옷을 입는지 그녀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것을 아는 척 하는 것조차 두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프랭키를 비겁하다 할 수조차 없다. 십대의 소녀가 감당하기에 부모님의 불화와 가정 폭력은 너무 버거운 문제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엄마를 미워하는 것이었다. 아빠의 신경을 자꾸 긁는 엄마의 행동을 비난하면서 마치 엄마의 잘못때문에 모든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스스로를 달래는 것만이 프랭키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엄마와는 어색해 지고, 아빠의 행동은 프랭키의 불안을 더욱 고조시킬 뿐이었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엄마와 별장에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게 되는데 그 짧은 순간도 느닷없이 들이닥친 아빠의 행패로 산산조각나고 만다. 그리고 엄마는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엄마의 공간에 핏자국만 남긴채... 책의 전반부가 프랭키의 엄마가 실종되기 직전까지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면 남은 후반부는 엄마의 실종 이후 사건을 추적하고 있다. 짐작가는 용의자가 있지만 그 용의자는 결코 범인이어서는 안 되는 사람, 바로 프랭키의 아빠였다. 끝까지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었을 프랭키. 그러나 소녀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초록눈 프리키-불의에 맞서는 용감한 자아-를 따른다. 그녀의 엄마가 아빠에게 위협 당하고 있었고, 그것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옮은 일이라는 믿음을 가지고서 말이다.
<초록 눈 프리키는 알고 있다>는 가정 내 폭력이 얼마나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으며 그것이 초래하는 가장 비극적인 상황을 그려놓았다. 가족이 또 다른 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방관하고, 하루 하루를 고통 속에 살아가면서도 그것을 감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 가정 폭력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육체적인 상처를 입히고 고통에 몸부림치게 하는 것이 어떻게 사랑일 수 있나? 그리고 상처를 드러내지 않고 감추기만 하면 그것은 영원히 낫지 않고 계속 곪아 들어갈 뿐이다. 역자의 말처럼 좀 더 일찍 도움을 청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면 프랭키의 가정에 더 큰 불행은 닥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까움만 남는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으나,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담은 진솔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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