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인의 반란자들 사비 아옌(Xavi Ayen), 킴 만레사(Kim Manresa), 정창 | Stage factory(스테이지팩토리) | 20111226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본격적으로 책을 탐독하기 시작했던 대학 시절, 잠시나마 책읽기에 겉멋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일종의 과시용 독서라고나 할까. 그래서 관심도 없는 인문학 책을 뒤적거리기도 했고, 케케묵은 고전들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노벨문학상 수상작들도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결국 끝까지 읽어낸 작품들이 없는 것을 보면 내 관심은 딱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지극히 읽고 싶은 책만 읽는 편독주의자가 되어 인문학이나 노벨문학상과 같은 분야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지만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관심이 없으면 일부러라도 가지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실전에 뛰어들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16인의 반란자들>과 같은 책으로 우선 흥미부터 불러일으켜 보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았다.
<16인의 반란자들>은 문학전문기자 사비 아옌과 사진기자 킴 만레사가 3년여 시간에 걸쳐 만나온 16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과의 인터뷰 기록이다. 작가라면 최고의 영예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노벨문학상은 "이상(理想)적인 방향으로 문학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여를 한 분께" 수여하라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현재까지 수여되고 있는데 역대 수상자들의 이름들만 봐도 상의 가치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비단 작가 뿐만 아니라 철학자, 역사가 등에게도 이 상은 주어지는데 <16인의 반란자들>에서는 주제 사라마구, 오에 겐자부로, 도리스 레싱 등 현대의 작가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검은 활자와 흑백 사진이 작가들의 인생 여정을 묵직하게 드러내는 듯한 이 책은 16명의 인터뷰 기록이 비교적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는 편이다. 지나치게 깊이 파고들지 않아 어렵지 않고, 그러면서도 작가들의 인생은 그들의 입을 통해 압축되어 드러난다.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이상, 신념, 철학 등이 그의 작품으로 쓰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작가들 대부분이 글을 쓰는 일 외에도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모습은 다소 의외이며 놀라웠다. 자신의 창작 세계에만 몰입해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고, 여전히 위험을 감수하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조용한 혁명을 계속하고 있는 작가들의 면면이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의 의지를 담은 "손"의 모습들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16인의 반란자들>을 읽고 나서 지성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배움을 얻은 자가 그것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다면 그 배움은 진정 가치 있는 것일까? 평화와 인권, 자유, 평등, 민주주의 등 깨어있는 지성인들이 먼저 그 가치를 전파하고 수호해야하는 것들은 참으로 많다. 그들이 작품에 담아내는 이 소중한 이야기들이 훗날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판이 될 수 있으며, 그 중에서도 변화를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은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라는 사실을 16인의 노벨상 수상작가들에게서 배운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으나,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담은 진솔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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