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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by 푸른바람꽃 2012. 5. 27.
꽃 아래 봄에 죽기를 꽃 아래 봄에 죽기를
박정임, 기타모리 고(北森 鴻) | 피니스 아프리카에 | 201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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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마치 어느 시인의 시구와 같은 이 글은 기타모리 고가 쓴 추리소설의 한 단편에 등장하는 하이쿠-일본 특유의 정형 단시-. 대학 때 교양강좌 중 일본 문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하이쿠란 우리나라의 시조와 비슷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꽃 아래 봄에 죽기를>에는 기타모리 고의 6개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첫 작품이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단편소설이며 이어지는 5개의 작품도 연작 단편집답게 공통의 장소 공통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해 마치 단편 시리즈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신타마가와선 산겐자야 역 앞의 상점가에서 길을 건너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하얀 원통형 등을 밝힌 가나리야라는 맥주바가 있다. 그리고 이 가게의 주인이자 요리사인 구도 데쓰야는 언제나 편안한 분위기와 맛있는 요리들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의문의 사건들에 알게 모르게 얽혀 있고, 의도치 않았지만 구도와 가게의 단골손님들은 그 사건들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 나가는 식이다.

 

과거를 알 수 없는 하이쿠 시인의 죽음, 어느 가족사진의 비밀, 노부부의 마지막 거처가 가진 의미, 살인자의 빨간 손의 정체, 일곱 접시의 참치 초밥이 감춘 진실, 끝으로 다시 처음의 사건과 닿아 있는 젊은 여자의 죽음. 이상의 각 단편들은 짧지만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독자에게 전해주며, 의외의 반전들도 역시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또한 추리소설의 재미도 재미지만 이 작품은 언뜻 <심야식당>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구도가 따르는 시원한 맥주와 그에 어울리는 특별한 요리들이 사건의 시작을 맛깔스럽게 알려주고 어느새 독자들을 가나리야로 인도하는 것이다.

 

다만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낯선 용어나 분위기, 예절 등이 종종 등장한다. 고유명사나 주요 용어 등은 가끔 주석으로 설명되어져 있으나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읽다보면 문맥상 짐작하며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긴 했지만 책을 읽다 말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보고 싶을 만큼 그 의미가 궁금한 것들도 많았는데 이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오랜만에 읽는 일본 추리소설이었고, 가볍게 읽으며 장르적 재미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