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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4 : 평양의 날은 개었습니다

by 푸른바람꽃 2012. 5. 27.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4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4
유홍준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1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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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명절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특선 영화이다. 올해는 시기적절하게 영화 <의형제>가 방영되었는데 극장에서도 보고 이후로 케이블TV 채널에서도 몇 번을 봤지만 또 보게 됐다. 분단국가의 현실을 고정간첩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재해석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도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남과 북은 한 형제라는 것이 아닐런지.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느낌은 퇴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왕래가 없으니 언어나 문화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있은 후 북에 대한 감정은 극도로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다시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정부가 나선 듯 하다. 국익을 위한 이 화해의 손길이 부디 지속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북한은 늘 위태롭게 불안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나마 지금은 육로를 통해 북한을 왕래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1998년만 하더라도 지금과는 사뭇 다른 대북관계였다. 남북교류의 물꼬를 확실히 트기 전의 일이라 북한 방문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잘 알려져 있던 유홍준 교수는 북한 평양 답사의 기회를 얻는다.

 

북한의 비자부터 고려항공의 승무원 안내 방송, 기내 서비스... 출발부터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운 것의 연속이다. 유홍준 교수의 그 감정들이 단어와 문장들에 가득 깃들어 있다.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평양에는 대동강이 있다. 그 도시를 가르고 흐르는 강이야 말로 도시의 상징이라는 저자의 말에 나도 동감한다. 표지를 차지한 대동문은 정면에서 보면 세 개의 현판이 붙어 있다는 재밌는 사실. 더 재밌는 것은 이 사실을 지금껏 김홍도의 '평안감사 향연도'로만 확인했는데 유 교수는 대동문 앞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강너머 내다 보이는 부벽루는 한 폭의 동양화 같고, 칠성문과 을밀대의 규모는 생각보다 거대하다. 그리고 국사 시건에 암기하던 검은모루동굴 유적지를 원경으로나마 만나게 되니 반갑다. 특히 이 곳에서 운석 동무의 질문에 유 교수가 들려준 답변들은 내게도 의미심장한 말들이었다.

 

거대한 단군릉에 대해서는 유 교수가 매우 조심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복원'이 아닌 '개건'이라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역사의 날조라기 보다 김일성이 주도한 기념비적인 건축물인 셈이다. 이후 남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고구려와 발해의 유산들을 북한의 땅에서 만날 수 있으며, 난생처음 청천강을 사진으로 마주했다. 그 풍광과 청정함이 안내를 맡은 북한 관리의 말에서도 물씬 느껴졌으며, 그의 문학적 소양으로 알게된 북한의 문학도 새롭다. 금강산, 설악산 못지 않게 천하 절경을 자랑하는 묘향산과 그 유명한 동명왕릉을 비롯한 유명한 고분 유적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중에서도 북한 답사기들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하나다. 가본 적 없는 곳에 대한 호기심도 있겠으나 우선적으로 우리와 피를 나눈 그들의 생활상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다. 유홍준 교수의 여행에서 안내를 맡은 용강 선생과 리선생, 운석 동무, 조명남 씨와 유 교수가 격이 없이 나누는 대화들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다. 마지막에 저자도 언급하고 있는 북한의 순우리말 사용은 외래어가 넘쳐나는 우리말의 순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예전에는 세월이 흐르면 금강산과 평양으로 수학여행 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며 우스갯 소리를 했었다. 지금이야 금강산 관광이 유명무실해졌지만 또 언젠가는 북으로 가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로의 여행을 꿈꿔 본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책에 대한 홍보글이 아닌 소신껏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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