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완역 사기 본기 2 (양장) 사마천, 김영수 | 알마 | 20120312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2011년 1월, 완역 사기본기 <1>을 읽고 1년 여 만에 2권을 만났다.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읽으려니 심적으로 부담스럽기도 했다. 요즘들어 개인적인 사정으로 심신이 지친 상태인지라 과연 이 묵직한 책을 완독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미 1권을 통해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그리 만만하지 않음을 익히 알고 있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본기의 절반을 읽은 자로서 남은 절반을 읽지 않으면 안된다는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사마천의 신들린 필치는 역자 김영수의 섬세한 문장으로 옮겨져 있고, 거기에 역자가 직접 장시간 발로 뛰어 취재한 사진자료와 각종 연표, 주석 등이 더해져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것들이지만 중국 역사의 가장 드라마틱한 시대를 놓칠 수 없었다.
<완역 사기본기. 2>는 앞서 1권의 마지막을 장식한 진본기(秦本紀)에 이어 권6의 진시황(秦始皇)부터 항우(項羽), 고조(高祖), 여태후(呂太后), 효문(孝文), 효경(孝景)을 거쳐 마지막으로 권 12의 효무(孝武)까지를 다루고 있다. 효문, 효경, 효무는 잘 몰라도 진시황, 항우, 고조, 여태후 등은 이미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파란만장했던 중국의 역사가 꿈틀거리는 느낌이었다. 진시황과 관련한 무수한 역사적 사건과 영생을 꿈꿨던 그의 기행들, 그리고 최근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로 친숙해진 항우와 유방의 역사를 <사기>로 만나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감이 컸다.
분열된 6국을 통일하고 친정을 시작한 진시황은 지도자로서의 탁월한 리더십을 보였으나 집권 이후의 치세는 독재자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상과 언론을 탄압한 분서와 갱유, 아방궁, 여산릉과 같은 무리한 토목공사, 죽음의 두려움에 쫓겨 맹신하게 된 불로장생의 욕망 등은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던 자의 폭정을 모두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영화 "진용"으로 너무 인상깊게 남은 진시황릉의 병마용갱은 사진으로 다시 봐도 간담이 서늘해져 온다. 이 <진시황본기>를 이어 등장하는 인물은 '항우'이다. 스스로 서초 패왕이라 했지만 항우는 황제에 오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사마천은 항우를 본기에 넣어 중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시대를 놓치지 않았다.
역자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항우본기>와 <고조본기>는 세트와 같다. 어느 한 편만 읽기보다 두 사람의 일대기를 서로 비교하며 읽다보면 왜 한 사람은 황제가 되었고 한 사람은 자결로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항우와 유방의 싸움은 초한쟁패라고 불리며 후대에까지 전설로 전해지고 있는데 작년에 개봉한 영화 "초한지 - 천하대전"을 보고난 후여서 그런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운명이 갈렸던 홍문의 연회가 시작되자 영화 속 장면들이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고, 패왕별희가 바로 서초 패왕 항우와 우미인 희의 슬픈 이별을 이야기 한다는 사실 또한 새로웠다.
변방의 건달에 불과했던 유방이 항우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한고조로 등극한 후 유방의 치세는 군주로서의 그의 자질과 성품을 잘 보여주었다. 항우와의 싸움에서 유방이 이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에게 필요한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과 그렇게 등용한 인재를 믿고 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으며, 섣불리 결단을 내리지 않는 신중함이 리더로서 유방의 자질이었다. 아울러 민심을 돌보고 신하들의 공로도 잊지 않는다. 한고조가 죽은 뒤 그의 아들 혜제가 즉위하였지만 그의 어머니 여태후는 연적이었던 척부인에게 잔인하게 보복하고 그의 아들이 죽자 본격적으로 자신의 일족들을 앞세워 권력의 중심에 자리한다. 앞서 <항우본기>처럼 여태후 역시 사마천은 과감히 본기에 편입해 역사의 흐름을 잇고 있다. 그리고 여태후와는 상반되게 <효문본기>에서 사마천은 문제의 덕정을 강조하면서 정치가로서의 효문제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해당되는 <효경본기>, <효무본기>는 사실 그 내용자체보다는 이 두 본기의 진위여부나 그에 따른 의문점 등이 더 흥미롭다. 특히 한 무제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황제로 평가받고 있는데 반해 <효무본기>에서 묘사된 무제는 과연 같은 인물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아마도 사마천은 역사가로서 자신과 한 개인으로서의 자신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궁형을 내린 장본인의 치적을 그는 과연 어떻게 썼을까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진 <효무본기>를 대신하고 있는 <봉선서>로 만족해야 했다.
이렇게 장대한 <본기>가 일단락 되었다. 역자의 피땀 어린 노력 덕분에 방대한 역사를 단 두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었고, 역사에 대한 보다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다. 역사서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며 현대의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역사서가 지니는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사마천의 <사기>는 시공간을 넘어 지금의 우리에 그 가치를 충분히 보여준 책이었다.
※ 본 서평은 출판사의 제공 도서를 읽고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 작성한 것입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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