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의 문제 도진기 | 시공사(단행본) | 20120514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서점에 가보면 추리소설 장르만 모아 놓은 곳이 있다. 그런데 그 중 대부분은 영미권이나 일본의 작가들이 쓴 작품들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작가의 추리 소설을 읽어본 것은 나 역시도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한데 그래서인지 도진기 작가의 신작 <순서의 문제>는 무척 궁금하고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현직 판사라는 눈에 띠는 이력을 소유한 저자는 이전에도 추리소설을 발표해 국내에서 주목받은 적이 있다. 아무래도 추리소설의 장르 특성 상 그의 직업은 적지 않은 영향과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이 책을 읽으며 판사가 쓴 추리소설인만큼 사건 자체의 현실성이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저자의 중, 단편 일곱 작품을 모아놓은 <순서의 문제>는 표제작 '순서의 문제'를 시작으로 각각 독립적인 사건의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관계, 상황 설정 등은 마치 시리즈처럼 이어진다. 다만 표제작을 책의 첫 작품으로 등장시키기 위해서였는지 제일 마지막 이야기가 사실상 이 책의 도입부라 할 수 있었다. 사건 해결의 주인공인 '진구'는 겉으로 보기에는 직업도 없고 비전도 없는 청년 실업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연히 마주친 사건들을 척척 해결해 내면서 그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무엇보다 먼저 챙기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한 마디로 그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반적으로 작품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사건의 이해 당사자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순서의 문제>에 등장하는 '진구'는 그 같은 경우 보다는 마치 제3자로 사건을 해결하는 일종의 탐정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7편 가운데 그가 범행의 알리바이로 이용당한 경우에는 그 자신도 사건과 얽혀 있었지만 그 외에는 미심쩍은 상황들을 추적해 사건을 해결해 내는 모습이 마치 셜록홈즈나 소년 탐정 코난을 연상케 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사건 자체보다는 '진구'라는 인물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사건 해결 방식이 비슷하게 반복된다는 점은 이 작품의 단점이다. 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 모음집도 읽었는데 아무래도 중, 단편 추리소설을 묶어 놓은 작품들은 모두 엇비슷한 한계를 지닌 듯 하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진구'의 입을 통해 사건의 트릭들이 밝혀질 때마다 그 기발함이 놀라웠고 국내 추리 소설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옴을 느꼈다. 국내 문화와 정서를 반영한 사건들이 담긴 추리소설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도진기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되지만, 그를 비롯해 더 많은 추리 소설 작가가 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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