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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태연한 인생

by 푸른바람꽃 2012. 6. 18.
태연한 인생 태연한 인생
은희경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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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의 작품, 참 오랜만에 읽는다. 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실린 단편을 제외한 장편으로 말이다. 인터넷에 연재되던 <소년을 위로해줘>는 한동안 꾸준히 읽어 나갔는데 못 다 읽은 내용은 책으로 나와 있는데도 아직 진도를 못 나가고 있다. 그래도 은희경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못해서 그녀에 대한 이렇다 할 이미지는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신간 <태연한 인생>을 만났다.

 

살면서 힘든 일이 닥치면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남들은 다들 무난하고 평범하게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하필 나일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인생이란 게 있을까? 무난하고 평범하기만 한 인생. 모르긴 해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저마다 고민을 끌어안고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겉으로 태연한 척 하는 것일 뿐이다. 작품 속 요셉, 류, 이안, 이채 등 모두들처럼... 짧지만 류의 이야기-엄밀히 말하면 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부모의 이야기-로 시작된 서사는 이내 요셉으로 흘러간다.   

 

속마음이야 어쨌건 겉으로 보이는 요셉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냉소적인 인물이다. 여자 관계 복잡하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현재의 그는 무능력한 개점 휴업 작가일 뿐이다. 그런 그가 이안의 제안을 받아들여서라도 류와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는 모습은 요셉의 진심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요셉 뿐만이 아니라 책 속의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 아무 일도 없는 척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생을 살고 있고 정작 그들 자신의 알맹이는 속으로만 숨기려 하고 있다. 그러다가도 의외의 장소와 인물, 사건들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진심들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작품이 원색의 느낌은 아니기때문에 흐릿한 그 무엇에서 독자들이 스스로 구체적인 윤곽을 잡아나가야 하는 책이었다. 이런 작품들은 대게 지루하고 작가가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모른채 끝날 때도 많다. 최악의 경우는 작가의 말조차 생략된 경우이겠지만. 그에 비하면 <태연한 인생>은 은희경 작가의 말이 책의 말미를 장식하고 있어서 다행한 일이었다. 그녀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그것을 어떻게 썼는지, 끝으로 나의 느낌이 그녀의 생각들과 어느 정도의 거리에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작가의 말이 맨 마지막에 있는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이런 류의 소설을 읽을 땐 작가의 말을 먼저 읽은 후 책을 정독하는 것도 책을 재밌게 보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초반부 이후로도 몰입이 되지 않거나 길라잡이가 필요하다면 은희경 작가의 이야기부터 만나보길 권한다. <태연한 인생>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작은 힌트는 얻을 수 있을테니까.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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