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면하는 벽 (양장) 조정래 | 해냄출판사 | 20120430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최근 몇 년 새 조정래 작가의 중단편을 모은 작품집을 비롯해 그의 장편소설들도 재간되어 독자들과 만의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읽어도 언제가 큰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책들... 그래서 고전이라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조정래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아리랑>, <태백산맥>은 아직도 완독하지 못했고, 고작 <한강>만을 읽었지만 이렇게 조정래 작가의 옛 작품들이 새로운 옷을 입고 속속 모습을 드러내자 차곡 차곡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비탈진 음지>, <불놀이>, <상실의 풍경>, <대장경> 등이 모두 그렇게 만난 작품들이었고 그 연장선 상에 <외면하는 벽>이 있다.
앞서 읽었던 작품들은 그의 중편, 단편, 중편을 개작한 장편 소설들이었고 이번 <외면하는 벽> 역시 표제작을 비롯하여 70년대에 발표한 그의 중단편 소설 8작품을 모아 놓았다. 대한민국의 70년대 서민 생활 상을 단편적이지만 총체적으로 그려낸 작품들이 과연 조정래 작가 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생각의 자유와 육체의 자유 모두가 업악되는 현실,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꾼 것은 그의 죽음때문이었다는 삭막함, 사람의 선과 악, 미래를 결정짓는 환경적인 영향들, 기술의 발달과 문명의 이기가 가져온 단절된 삶,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 등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본 듯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왜 <외면하는 벽>이 이 작품집의 제목이 되었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모든 작품에서 직간접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공통점이 바로 '단절'이었고, 그것은 '벽'이라는 단어로 집약되는 느낌이었다. 덧붙여 우리를 고립시키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단절이 빠르게 산업화와 현대화가 이뤄지던 70년대 당시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우리 사회도 그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서 <외면하는 벽>은 2012년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문화가정이 많은 요즘도 여전히 혼혈아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여전하고,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외면의 벽은 여전히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이 벽을 깨부수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자 책임일 것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