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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바다

by 푸른바람꽃 2012. 6. 27.
바다 (양장) 바다 (양장)
권영주, 오가와 요코 | 현대문학 | 201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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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오가와 요코. 그러나 내가 만난 그녀의 첫 작품은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라는 꽤 기이한 제목의 책이었다. 전작의 유명세때문에라도 읽어보고 싶었던 오가와 요코의 작품이었는데 확실히 여느 작가와는 다른 그녀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특히 솜털처럼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오가와 요코만의 독특한 시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런 그녀의 단편 소설들이 최근 <바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바다>에는 표제작 '바다'를 시작으로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 '은색 코바늘', '깡통 사탕', '병아리 트럭', '가이드'까지 일곱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결혼을 앞두고 연인의 집에 인사를 간 남자의 낯설음, 그리고 그곳에서 연인의 남동생이 들려주는 명린금 이야기 '바다'는 어쩐지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어치다>가 연상되기도 했다. 이어지는 작품은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옛 사랑을 찾아 빈으로 왔다는 60대 미망인과 동행하게 된 '나'가 마주하는 사랑의 착각, 미련, 죽음, 그리고 마지막에 유머러스한 반전까지 단편이지만 장편 못지 않은 매력이 있었다.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는 대중적인 공감보다는 작가의 창의적인 독특함이 강했고, '은색 코바늘'과 '깡통 사탕'은 매우 짧지만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나이와 성별을 뛰어 넘어 외로움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도어맨과 소녀의 정서적인 교감이 돋보였던 '병아리 트럭'과 '가이드'에서 제목 상점 주인을 만난 '나'의 여행도 제법 긴 여운을 남겼다. 아직 오가와 요코의 대표작이나 그외 다른 작품은 만나보질 못했지만 장편 소설과 단편 소설들을 읽으며 그녀의 상상력과 독특한 발상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게다가 그런 생각들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고 있으니 이런 점들이 오가와 요코의 작품을 선호하는 이유일 것이다.

 

한 권의 책에서 오가와 요코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게 된 것 같아 이번 <바다> 또한 의미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작가의 작품색을 깊이 있게 살피려면 장편 소설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언제든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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