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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인생수정

by 푸른바람꽃 2012. 6. 28.
인생 수정 인생 수정
김시현, 조너선 프랜즌(Jonathan Franzen) | 은행나무 | 201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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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한 가정의 문제를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가족의 단절과 해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띤다. 예전 같으면 가정사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 자체를 남우세스런 일로 꺼렸을테지만 최근에는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는 듯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가정의 불화가 가족 구성원 어느 한 사람의 문제는 아리나는 것이다. 각자의 문제가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지만 특히 부모의 성장 환경이 그들이 이룬 가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그들이 장차 성인이 되어 형성한 가정의 모습도 결정되며 그들의 양육 방식이 다시 그 자식으로 대물림되는 형국이었다.

 

조너선 프랜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인생수정>에도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평범한 가정과 다를 바 없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각자 곪을대로 곪은 앨프레드 램버트 씨의 가족이 등장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사회에서도 가부장을 중심으로 한 가족제도가 보편화 되어 있는데 램버트 가족도 앨프레드의 독선적인 태도와 통제 속에 숨 막히게 살아왔다. 아내 이니드와 장남 개리, 차남 칩, 막내딸 드니즈는 이제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고 독재자와 같았던 앨프레드는 말년에 파킨슨병에 걸려 제 몸조차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제 앨은 매순간 아내 혹은 자식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아내는 아픈 남편이 안타깝지만 남편으로부터의 독립 역시 그녀의 희망 사항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개리는 결혼을 해 어엿한 가장이 되었음에도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려는 발버둥에 스스로 갇힌 꼴이고 칩은 눈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도피하는 쪽을 택한다. 드니즈 또한 성숙한 사랑을 하지 못한 채 외줄타기를 하듯 상사와의 위험한 만남을 즐기고, 급기야 자신의 성정체성 마저 혼란을 겪는다.

 

장장 730여페이지나 되는 이 두꺼운 책에서 저자는 다섯 명 각자의 트라우마와 아픔, 혼돈 등을 모두 짚어 나간다. 그리고 이 개인의 문제는 결국에 가족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그리고 억압되었던 램버트 가족의 문제는 이들 다섯 명이 모처럼 함께 맞는 크리스마스 때 분수령을 이룬다. 그리고 곪았던 상처가 터지고 아물어 가면서 남은 가족들은 또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간다. 따라서 <인생수정>은 한 가족의 문제이면서도 어쩌면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들을 긴 호흡으로 풀어 놓았다. 그러나 이 책이 재밌게 술술 읽혔다고는 말 못 하겠다. 가부장적인 가족 분위기가 가져온 단절된 가족상은 비슷할까 몰라도 분명히 우리나라의 문화와는 많은 차이가 있고, 사건의 긴박함이랄까 흥미를 잡아끄는 재미적인 요소는 부족한 감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국내 독자들의 평가와 미국 독자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 않을까 짐작되며, 조너선 프랜즌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인생수정>으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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