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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악당들의 섬

by 푸른바람꽃 2012. 7. 3.
악당들의 섬 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Bruce DeSilva), 김송현정 | 검은숲 | 201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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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후텁지근한 여름 밤에는 책 읽기조차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이런 때일수록 속도감 있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소설이 더 읽고 싶어지는 지도 모르겠다. 워낙에 추리 소설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데 주인공을 따라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과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벌이는 영화나 책이야 말로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오아시스이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브루스 디실바의 데뷔작인 <악당들의 섬>은 제목에서부터 뒷 골목의 음모와 범죄가 잔뜩 연상되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로드아일랜드 주(州)의 주도(州都) 프로비던스의 '마운트 호프'를 배경으로 한 <악당들의 섬>은 탐욕으로 얼룩진 연쇄 방화 사건을 중심으로 이 사건을 추적하는 지방 신문사의 기자 리엄 멀리건이 등장한다. 책을 읽기 전, 로드아일랜드라는 지명은 꽤 익숙했다. 그러나 이 곳이 미국의 가장 작은 주이며, 지명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 해안가에 있어 습윤한 기후를 보이고, 매사추세츠를 빠져 나온 사람들이 건설한 도시인 줄은 미처 몰랐다. 책의 원제이기도 한 로그(rogue : 악당) 아일랜드와 로드아일랜드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전해오는 이야기를 모두 믿을 수는 없어도 약탈과 범죄가 만연해 있던 한 때를 돌이켜 보면 충분히 신빙성 있는 이야기일 것도 같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작은 마을 안에서 방화 사건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그에 따라 사건의 희생자도 늘어만 간다. 처음에 멀리건은 편집장의 아우성과 기자라는 직업때문에 이 사건 역시 한낱 기삿거리로 치부했다. 그러나 고교 동창이자 소방관이었던 로지와 같이 멀리건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마저 사건의 피해자가 되자 그는 본격적으로 이 이상한 방화사건의 배후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그러나 멀리건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기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사건을 쫓는 근성이 있었고, 가끔 발휘되는 예리한 직감과 두뇌회전이 그를 사건의 진실 앞으로 데려다 놓는다.

 

아쉬운 것은 <악당들의 섬>에서 충격적인 반전이나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사건의 진상은 조금씩 그 베일을 벗고, 작품의 말미에는 짐작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며 씁쓸함을 남긴다. 그래서 액션 스릴러 보다는 어쩌면 드라마적 요소가 더 강한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기존에 읽었던 같은 장르의 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어서 독특하고, 가끔 툭툭 던져 놓는 작가의 장난 같은 블랙 유머가 책의 재미를 더한다. 이 밖에 미국식 문화, 사고방식 등은 이 작품에서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동안 종종 현직 기자가 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보았다. 장르별로 장단점이 있었는데 <악당들의 섬>과 같은 스릴러 소설에는 단점 보다는 장점이 강한 것 같다. 사건의 결말이나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의외로 단순하고 평범하다. 그러나 생생한 현장감과 간결한 문장 등은 <악당들의 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포인트였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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