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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제가 살고 싶은 집은

by 푸른바람꽃 2012. 7. 20.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이일훈, 송승훈, 진효숙, 신승은 | 서해문집 | 201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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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 낡은 책이 있는 거친 돌 집. 구름배. 건축주 송승훈과 건축가 이일훈, "훈훈"한 두 남자가 지은 집.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사진 속 집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책을 좋아하는 책쟁이라면 표지만 보고도 눈이 휘둥그레 질 것이다. 대관절 저 꿈의 책장을 가진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장현리에 위치해 공사기간 동안 아니 지금도 가끔은 일명 장현집으로 불리고 있는 이 곳은 송승훈 국어 선생님의 삶과 휴식, 꿈과 미래가 담긴 터전이다. 누구에게나 집에 대한 소망은 있기 마련인데 막연한 그 소망을 현실로 이룬 사람을 실제로 만나고 보니 부럽기도 하고 현실감도 있다.

 

집을 지으려면 터도 있고, 돈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좋아 보이는 집"을 지을 수 있을 망정 "좋은 집"을 짓는다고는 장담 못한다. 잔서완석루는 "좋은 집"은 어떻게 지어지는 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이다.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란 이 책은 잔서완석루를 짓는 과정을 정리해 놓은 작품집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독특한 점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집을 짓기로 마음 먹은 때부터 집이 준공되고 그 곳에서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까지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메일 묶음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놀라웠던 것은 송 선생님의 남다른 가치관이었다. 건축에 관해서는 장현집을 짓겠다고 결심한 그 때부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 같은데 그는 참 부지런하게 공부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열심히 궁리하는 건축주였다. 어떤 건축가는 이런 고객이 귀찮거나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건축가 이일훈은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의 요구를 존중하며, 절충을 통해 최대의 만족을 이끌어 내려고 애쓴다. 책의 말미에 건축가가 남긴 "그에게 송승훈 이란..."에 대한 답글과도 같은 글들을 읽어 나가다 보면 참 좋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만났구나 싶다. 그래서 이렇게 멋진 집이 지어질 수 있었나 보다.

 

처음부터 시간에 쫓기던 집짓기가 아니었기에 두 사람은 천천히 서로에 대해 알아나간다. 시작은 집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었고 나중은 삶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책에서 되풀이 되는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였다. 여기서 "어떻게"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텐데 일종의 삶의 철학이라고 생각된다. 건축가에게 건축 철학이 있듯이 각자에게도 삶의 철학이 있을테고 자신의 삶을 지탱해 주는 집이야 말로 이 철학이 가장 많이 반영된 공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송승훈이 수많은 건축가들 가운데서도 특별히 이일훈을 찾아가 집 짓기를 의뢰한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이메일에서 "이런 집이면 좋겠다" 꿈꾸던 내용-동양식 변기와 남성 소변기, 환기를 위한 창이 있는 화장실, 책의 수납과 서재 기능을 모두 가진 책의 길, 맨발로 방 밖을 나갈 수 있는 툇마루 등-들이 잔서완석루의 실내외 전경 사진으로 직접 마주하니 집주인이 마냥 부럽다. 그런 부러움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꼭 맞춘 것 같은 이런 집을 짓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사람들은 "몇 평에 얼마"를 물어보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집의 가치를 돈으로만 평가한다 여기지 말고 "이 사람도 집에 대한 꿈이 있나보다. 그 꿈에 닿기 위한 거리를 가늠하고 싶어 묻나보다" 너그러이 생각해 주면 좋겠다. 나 역시 꿈에 그리던 집을 만나면 예산부터 궁금할 것만 같아 책의 말미에 두 남자가 공유한 "몇 평에 얼마"에 대한 생각들은 공감하면서도 못내 마음에 걸려 어설픈 변명을 찾게 되었다.

 

두 남자가 주고받는 메일을 엿보며 나는 내가 꿈꾸는 삶을 그려보게 되었다. 집에 대한 가치, 가족에 대한 배려, 나아가 타인에 대한 나눔까지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며 아직도 나는 삶의 지향점을 제대로 찾지 못한 기분이다. 집은 이런 고민을 끝낸 후 본인이 앞으로 추구하는 삶에 걸맞게 지으면 된다. 그래야 그 집이 내가 살고 싶은 집이 되는 것이고 누가 뭐래도 좋은 집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전원주택을 짓겠다 계획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고 자신의 계획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잔서완석루는 처음 지을 때의 계획대로 사람들에게 열린 집이었다. 대신 이 집에 묶는 동안에는 집과 사람, 모두를 존중하는 몇 가지 규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한다. 기회가 닿으면 이 집, 꼭 한 번 머물고 싶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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