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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 : 지붕을 찾아 떠난 유럽 여행 이야기

by 푸른바람꽃 2012. 7. 17.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
백승선 | 가치창조 | 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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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벨기에, 불가리아, 폴란드에 이어 이번에는 유럽의 지붕 위에 살짝 내려앉았다. 지나온 나라만큼이나 내 마음에도 행복, 달콤함, 사랑, 선율이 번져갔고, 바야흐로 추억이 나를 유혹하듯 기다리고 있었다. 가치창조에서 내놓은 감성 여행 시리즈는 이로써 벌써 다섯 권 째다. 이제는 제목과 특유의 삽화만 봐도 무작정 빠져들게 돼버린 이 책들은 독자들 사이에서 "번짐" 시리즈로 더 유명하다. 지난 폴란드 편을 끝으로 다음 나라는 어딜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런데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은 특정 나라가 아닌 유럽 각국의 도시들을 두루두루 소개하고 있다. 그것도 마치 예쁜 그림엽서처럼 붉은색 지붕을 뽐내는 나라의 도시들을 골라서...

 

저자를 따라 체코, 슬로베니아, 독일, 이탈리아, 몬테네그로, 헝가리, 마케도니아 등의 나라들을 돌며 난생 처음 들어보는 도시 이름이 때로는 낯설고 아직도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가 이토록 넓고 크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그러나 제법 익숙한 곳도 종종 눈에 띄는데 그 이유는 지난 "번짐" 시리즈의 테마 도시였던 크로아티아, 벨기에, 불가리아, 폴란드가 이 책에도 다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 지붕"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유럽의 여러 나라를 소개함에 있어 경제적으로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난 책들에 소개된 지역도 포함하게 된 것이리라. 혹자는 이 부분이 식상할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낯섦 사이의 익숙함이 도리어 반가웠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에 대한 나의 편애는 이 책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1365일 내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두보르니크의 풍광은 보고 또 봐도 여전히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아드리아 해의 푸른빛, 그와 대조를 이루는 다홍빛 지붕, 길게 이어진 성벽... 보고만 있어도 행복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그런 내게 뒤에 등장한 스플리트 또한 반갑기는 마찬가지.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몬테네그로의 스베티 스테판도 참 인상적이었다. 사진을 보고 글을 읽으면서도 이런 곳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의문스러울 만큼 환상적인 곳이었는데 론리 플레닛이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 10곳으로 꼽을 만 했다.

 

전쟁으로 한 때는 폐허였을지 모르지만 지금 눈앞의 보스니아는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풍경 너머로는 저자처럼 나도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한 장면이 그 배경음악과 함께 자동 재생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에는 나름의 멋진 반전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두 번째 이야기 "잿빛 지붕"이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나의 성급함 때문에 책의 목차는 건너뛰고 읽어나갔는데 체코의 프라하를 끝으로 마치 컬러TV에서 흑백TV로 화면이 바뀌듯 순식간에 잿빛 세상이 펼쳐졌다. 그제야 목차를 살펴보니 원래부터 이 책은 붉은 지붕잿빛 지붕두 가지 빛깔의 유럽 지붕을 소개하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하면 늘 에펠탑의 주경과 야경만 떠올렸었다. 게다가 파리의 지붕 색깔은 관심조차 없었는데, 사진에 담긴 잿빛 지붕과 방의 개수만큼 있다는 작고 붉은 굴뚝들은 파리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은 세금 때문에 집들을 정면은 좁게 측면은 길게 짓는다고 한다. 실물이 아니라 사진인 것은 아쉽지만 개성 있는 지붕과 길쭉한 집 모두 재밌다. 이처럼 같은 유럽이라도 지역에 따라 다른 빛, 다른 모습의 지붕들이 여행자들을 반기며, 지붕위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그 지붕 아래에는 저마다의 삶이 깃들어 있었다. 어릴 때 집을 그리라고 하면 나는 네모 건물에 세모 지붕을 올리고 예쁜 창을 냈다. 그 때 그렸던 그림 속의 집들이 튀어나온 것만 같은 이 책을 보며 나도 어느새 유년의 추억에 잠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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