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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1

by 푸른바람꽃 2012. 8. 11.
잠복 잠복
마쓰모토 세이초(Matsumoto Seicho), 김경남 | 모비딕 | 201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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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추리 문학을 좋아하지만,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마쓰모토 세이초를 알게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제로의 초점>이라는 장편 소설로 그의 작품을 접하고 나서 초기 '사회파' 추리 소설이 갖는 매력을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사건은 일어나지만 그 사건의 배후에는 시대의 아픔이나 사회의 부조리가 있었다. 이같은 현실적인 이야기가 극의 사실감을 더해 주며, 소설이라는 문학을 통해 사회를 고발하는 기능도 하는 것 같다. 요즘의 작가들 중에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파' 추리 소설의 시작을 알린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들을 묶어 놓은 <잠복>은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전한다.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 가운데 장편은 몰라도 단편에서는 그리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날 수 없었다. 좋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도 단편 소설집은 부족한 듯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런데 이 작품 <잠복>은 달랐다. 8편의 작품마다 어쩌면 이렇게 장편 못지 않는 재미를 담아 놓을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더욱 감탄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은 이 작품들이 모두 1955년에서 1957년 사이에 쓰여졌다는 사실이다. 이미 반 세기를 훌쩍 넘은 작품임에도 현대적인 감각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왜 마쓰모토 세이초를 일본 추리문학에서 높게 평가하는지 알 수 있다.

 

<잠복>에는 총 8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사건의 범인과 유일한 목격자의 서로 다른 시선의 묘사가 인상적이었던 '얼굴', 지금껏 드라마에서도 종종 등장했던 잠복 형사의 미묘한 감정이 느껴졌던 '잠복', 자식까지 죽음으로 내 몬 비정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더라도 끝까지 보호하려는 속 깊은 아들이 등장하는 '귀축', 소도시의 비리와 얽힌 살인 사건의 진상을 밝힌 '투영', 눈이 아닌 귀로 사건을 목격한 '목소리',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 한 여자의 치밀한 살인 계획 '일 년 반만 기다려', 혼자만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벼랑 끝으로 몰아간 '카르네아데스의 널'까지 작품마다 각기 다른 죽음이 있고 그 죽음의 이면에 있는 사연들도 모두 특색 있고 인상적이다.    

 

처음 추리 소설을 좋아할 때는 특이한 사건이나 깜짝 반전이 숨어있는 트릭을 즐겼다. 범인과의 두뇌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내용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러나 '사회파' 추리 소설에서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건의 인물들이 처한 현실에 더 관심이 갔다. 그들이 어쩌다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지, 또 어쩌다 평범했던 사람이 서슴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지 그 과정을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앞으로도 모비딕 출판사에서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출간이 이어진다니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에 흠뻑 빠져 보련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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