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토록 먼 여행 로힌턴 미스트리(Rohinton Mistry), 손석주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0712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그토록 먼 여행>이라는 책의 제목보다 '로힌턴 미스트리'라는 작가의 이름이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이름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몇 년 전에 읽은 <적절한 균형> 때문이다. 일반 장편 소설 2권 분량에 해당하는 870여 페이지의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인도를 처음 만나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기 전 인도와 읽은 후 인도는 확실히 달랐다. 아니, 같은 인도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서로 다른 인도였다. 인도의 역사, 문화, 국민성 등 이 나라를 아주 조금은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적절한 균형>은 그의 두 번재 장편이다. 그 전에 첫 장편이 있었는데 바로 이번에 나온 <그토록 먼 여행>이다.
작품의 분위기는 <적절한 균형>과 상당히 흡사하다. 비슷한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탓이다. 단, 이번 작품에서는 1970년대 초 인도 뭄바이의 파르시 공동체 코다다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구스타드 노블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인도의 단면을 보여준다. '파르시'란 책의 제일 뒤쪽 종교 관련 주요 용어 정리에도 설명되어져 있지만 페르시아에서 쫓겨와 인도에 정착한 조로아스터교도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인도 사회 내에서도 주변인에 속한다. 주류가 되긴 힘들어도 그들 나름대로 하루 하루 성실하게 삶을 일궈나가고 있었는데 평범했던 구스타드 씨의 삶에도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박봉의 은행원인 구스타드는 아내와 세 자녀를 건사하는 가장이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가족을 사랑하고 자식들의 성공이 커다란 희망인 그였다. 그런 큰 아들 소랍의 대학 합격 소식은 큰 기쁨이었다. 수재들만 간다는 좋은 대학을 나와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랬다. 그런데 큰 아들은 아버지의 바람을 저버리고 자신의 꿈을 찾아 가겠다 하고, 열다섯 살의 둘째 아들 다리우스는 그가 반대하는 집안의 여식을 좋아한다며 고집을 부리고, 막내딸 꼬마 로샨은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는다. 아내 딜나바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딸을 위해 주술에 빠지기도 한다. 이 와중에 가족처럼 의지하던 이웃 빌리모리아 소령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가 그에게 소포와 편지를 보내온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뭉치와 어려운 부탁을 담아...
이번 작품도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구스타드의 팍팍한 하루살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마지막에 다다른다. 소령과 그의 동료 딘쇼지, 테물의 비극에도 구스타드는 슬퍼할 겨를도 없다. 마음이 약해질라치면 그 틈을 비집고 더 큰 슬픔이 밀고 들어와 그를 약하게 만들 것만 같아 구스타드는 꿋꿋하게 버틴다. 뜻대로 따르지 않는 아들 녀석들도 언젠가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주겠지 하고 믿고 기다려야 하고, 어린 딸도 혹여나 신이 데려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지켜야 하니 말이다. 책에서 말하는 여행은 아마도 구스타드의 고단한 일상같은 우리네 인생을 뜻하는 것이리라. 멀고 험한 길이지만 걷다가 멈출 수도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여행이 곧 인생이지 않는가. 그럼에도 이 여행이 슬픔과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견딜 수 있는 것이다. 녹록치 않는 삶이지만 창을 덮고 있던 검은 종이를 뜯어낸 것처럼 구스타드 노블의 삶에도 이제는 환한 빛이 들어오길 바란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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