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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by 푸른바람꽃 2012. 8. 14.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서영처 | 도서출판 이랑 | 20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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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8월이 지나면 9월 초부터 오케스트라의 하반기 연주 시즌이 시작된다. 지난 주까지 9월에 있을 두 건의 연주회 곡목해설을 탈고했는데 바그너, 로시니, 슈만, 멘델스존, 브람스의 작품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 작곡가들의 이름만 보고도 부분적인 공통점을 찾아 냈다면 클래식 음악에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처음 이 업무를 맡았을 때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초보 수준에도 못 미쳤다. 그런데 이제는 악기의 소리를 골라낼 수 있게 됐고, 한 번 연주했던 작품은 주제 선율만 들어도 곡명을 맞출 수 있는 정도는 됐다.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지만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마다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 때마다 인터넷이나 책의 도움이 요긴하다. 이랑에서 출간된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도 그런 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양서였다.

 

'인간과 예술, 시대와 흐흡한 음악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바이올린과 국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음악을 통해 문학과 예술을 이야기 하고, 문학과 예술을 통해 다시 음악을 이야기 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발달한 클래식 음악사를 살펴 보다 보면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무시할 수 없음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등 예술 사조가 곧 당대의 클래식 음악 사조와 같이 하고 있다. 책에서도 등장하지만 작년 라벨의 작품들만 모아서 연주했을 때는 인상주의 미술까지 같이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무소르그스키도 마찬가지다. 그의 대표작 '전람회의 그림'도 제목처럼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인상주의 기법으로 표현해 낸 명곡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눈 앞에서는 대자연이 펼쳐져 있기도 하고, 한바탕 축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 마법 같은 일들이 곧 고전 음악의 위대한 힘이지 않을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총 15장의 15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클래식 명곡과 시, 문학 작품의 발췌 문구, 미술 작품, 영화 등이 등장한다. 거기에 저자의 경험담이 어우러져 제대로 음악 에세이의 맛을 내고 있다. 역시나 아직은 알고 있던 작품 보다 새롭게 알게 된 작품이 더 많았고,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바흐나 바그너, 베토벤에 대해서는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었다. 또한 11장과 12장에 바이올린과 피아노라는 악기를 주제로 서술해 놓은 부분도 특색 있었다.

 

잔잔한 호수에 잔물결이 일듯 여운을 가지고 책을 덮으며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은 책의 표지와 내지 그림, 그리고 음악의 부재였다. 우선 책의 표지는 이 책의 첫 인상과도 같은데 클래식 음악 서적이라고 해도 촌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그리고 내지에서 각 챕터의 시작 페이지 마다 유명 화가들의 그림 작품이 실려 있다. 모노톤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내가 알고 있는 그 그림이 맞는지 다시 들여다 보게 된다. 적어도 이 페이지만은 컬러였다면 음악의 색채감도 훨씬 더 자연스럽게 연상될 수 있었을 것 같다. 끝으로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안타까움은 음악이 곁에 없다는 사실이다. 일전에도 클래식 서적을 읽으며 다음에는 꼭 목차를 보고 일단 그 곡부터 찾아놓은 다음 들으면서 읽어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번에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CD를 부록으로 받으면 더 없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책의 맨 뒤에 실린 '함께 들으면 좋을 음반' 리스트로 대신해야 한다.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 어렵지 않게 인터넷으로 해당 음악을 찾아 바로 들어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처럼 흐린 오후에 들으면 더욱 애잔한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을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로 들으면 이 글을 마친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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