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곳에선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 옥토퍼스 퍼블리싱 그룹, 김수림 | 쌤앤파커스 | 20120618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여름이 되고 유독 여행서를 많이 읽은 것 같다.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가 없어서 읽었고, 떠날 수 있게 됐을 때는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서 읽었다. 그러나 이 책 <그곳에선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를 읽을 무렵에는 학수고대했던 여름 휴가도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던 날이었다. 특히 이번 여름 휴가는 친구와 해외여행을 일찌감치 계획하고 있던 참이어서 무척이나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계획은 돌발 상황을 만나 그저 계획으로 끝나버렸고 휴가는 각자 보내고야 말았다.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두고 잠시나마 완전히 낯선 곳으로 훨훨 날아가고 싶은 욕구와 충동에 휩싸여 있던 때라 실망감도 컸지만 우리는 '다음'을 기약했다. 그 '다음'을 위해 이 책도 읽어 두기로 했다.
계속해서 여행서를 읽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가본 적이 없는데 마치 오래 전 다녀온 듯한 착각에 종종 빠진다. <그곳에선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를 읽으면서 그런 기시감이 나를 찾아왔다. 부제처럼 책에는 사랑이 샘솟을 것만 같은 101곳의 여행지를 비교적 간단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독특한 문화와 예술을 간직한 도시들부터 전아한 풍경이 인상적인 시골마을들, 그야말로 낯선 세계로 왔음을 생생히 보여주는 신비로운 도시들,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간직한 명소들과 그야말로 지상낙원이 따로 없음을 보여주는 휴양지까지 50여개국의 다양한 여행지가 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겨 있었다.
이 가운데 로마, 프라하, 베네치아, 피렌체, 교토, 산토리니, 몰디브, 발리, 보라보라 섬 등의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관심있는 곳들이라 찾아서도 많이 봐 왔고, 유명세에 힘입어 여행서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 도시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외의 대부분의 도시들은 난생 처음 알게된 곳도 숱하게 많았다. 그간 여행서는 읽을만큼 읽었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가 이렇게나 넓다니 그 점은 여전히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도 상상이 아닌 지구 상 어딘가에는 존재한다는 사실은 여행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다만 이 책은 제목이나 여행지의 풍경은 충분히 로맨틱한데, 이 여행지를 소개하는 글은 전혀 로맨틱하지 못하다. 워낙 많은 도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도시에 대한 설명이 간단 명료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문장들만 읽으니 여행지의 감흥이 느껴지기보다는 무미건조하다. 어짜피 해당 여행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 전달받에 그쳐야 했다면 그런 내용은 이 책의 노란 박스마다 채워 놓은 내용에서 인구수 따위는 빼고 여행 정보를 좀 더 개조식으로 추가해 넣고, 보다 감성적인 느낌의 글을 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번역서를 두고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아봤자 원서가 바뀌지 않는 한 별 소용 없겠지만.
또한 사진들도 대체로 멋지고 눈부신 풍광임에 틀림없는데, 간혹 작위적인-달력이나 컴퓨터 바탕화면용 같은-사진들이 끼어 있어자연스러운 맛이 떨어지는 점도 아쉬웠다. 따라서 이 책은 여행의 방향타 설정의 역할로만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다시 말해 대강 어떤 도시로 갈 지만 정하고, 그 여행지를 상세히 알기 위해서는 다른 책도 함께 보는 것이 좋다. 아직도 여름의 더위가 가시지 않은 탓에 마지막 챕터에서 만난 휴양지의 해안 풍경이 유독 잊혀지지 않는다. "갈까, 말까 망설여지는 여행은 없는 이유를 대서라도 반드시 떠나야 한다('여행을 떠나는 서른 한 가지 핑계' 中)"데 기필코 다음에는 떠나고야 말리라. 이 책에 소개된 곳이든, 아니면 어디로든...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冊 it no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사랑은 그 집에서 죽었다 (0) | 2012.09.02 |
---|---|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 (0) | 2012.09.02 |
미국 서부 여행 (0) | 2012.08.20 |
최소한의 사랑 (0) | 2012.08.20 |
미로의 정원 (0) | 2012.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