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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 페스티벌

by 푸른바람꽃 2012. 9. 16.
물밑 페스티벌 물밑 페스티벌
츠지무라 미즈키, 김선영 | 문학사상사 | 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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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무라 미즈키. 이름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책을 받아 펼치자 금새 그녀가 떠올랐다. 예전에 읽었던 <츠나구>의 작가가 바로 그녀였던 것. <츠나구>를 재밌게 읽어선지 괜실히 <물밑 페스티벌>도 더 반가웠다. '생애 단 한 번의 사랑!'이라는 강렬한 로맨스를 예고하고 있었는데 사실 책의 내용은 불 같은 사랑보다 그 사랑의 시작과 끝이 되었던 어느 폐쇄된 마을 '무쓰시로'의 비리와 음모에 더 주목하고 있다. 체제의 존속을 위해 개인의 희생마저 강요하는 이 마을의 비밀을 폭로하기 위해 돌아온 유키미와 그녀가 선택한 소년 히로미의 비극적인 사랑은 극의 긴장감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하나의 장치였다.

 

처음에 이 마을의 대표자 격인 '촌장'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또 그 촌장이 선거로 선출되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도 나는 우리나라의 시골마을 이장직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의 역자 후기를 보면 일본의 자치행정에서 촌장은 우리의 '시의원'에 더 가까워 보였다. 이 촌장이라는 지위를 두고 그동안 무쓰시로에서는 주민들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돌아가면서 권력을 승계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암묵적 동의의 대가로 마을 주민들은 경제적인 이득을 취해 왔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유키미가 마을에 돌아와 현 촌장의 아들 히로미를 유혹하고 그에게 자신의 복수-마을의 비밀을 폭로하고 히로미와 마을을 떠나는 것-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녀의 복수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것이었는데 유키미의 어머니와 히로미의 아버지는 과거 불륜 관계였던 것이다.

 

유키미는 자신의 어머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 이 마을이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히로미 일가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난생처음 사랑이라 느낀 그녀의 복수 대상이 자신의 가족이고, 나고 자란 마을이란 사실에 히로미는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시각각 벼랑 끝으로 몰아가듯 빠르게 전개되어 간다. 그리고 록페스티벌의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 시작된 이야기는 갈수록 음습하고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안개 낀 호수로 독자들을 이끈다. 워낙 크고 작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어서 마지막까지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가장 그럴싸한 결말로 이야기는 끝맺는다. 그리고 그것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예전에 읽은 <츠나구> 뿐 아니라 이번 <물밑 페스티벌>까지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은 재밌다. 스릴러와 연애 두 장르를 적절히 버무려 놓은 <물밑 페스티벌>에서는 무쓰시로 마을의 풍경과 록페스티벌의 분위기 등에 대한 묘사력 또한 탁월했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쓰는 그녀의 작품들은 국내 독자들의 구미에도 잘 맞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다른 작품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가 부쩍 궁금해 진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