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자들의 도시여행 권다현 | 중앙북스 | 20120827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이번 여름이 시작될 무렵, 대학 신입생 때부터 우르르 몰려다니던 친구들끼리 10여년 만에 여행을 계획했다. 저마다 취업과 결혼으로 뿔뿔이 흩어져 지냈는데 같은 도시에 사는 친구들과도 1년 에 한 두 번 만나 밥 먹고 차 마시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여행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었는데 문제는 모두 운전면허증은 있지만 운전을 하고 다닌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상쾌한 자연, 호젓한 사찰과 서원 모두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여행은 불편한 교통 때문에 막바지에는 불쾌감과 고단함으로 몸살이 날 정도였다. 그리고나서 깨달은 바는 차가 없다면 무조건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여행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여행에 딱 맞는 가이드북 <여자들의 도시여행>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왔다.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이렇게 특별시와 광역시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내놓으라는 도시 투어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재밌게도 여행스타일 자가진단부터 한 다음 본격적인 여행에 떠난다. 재미삼아 테스트 한 결과 나는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한 차도녀 스타일! 도시여행에는 적합한 사람인 것은 분명한 것으로 밝혀졌고, 갈 때마다 뭔가 아쉽고 부족했던 서울부터 다시 꼼꼼하게 살펴봤다. 다음에 서울을 가게 되면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 이태원, 홍대, 성곽길이었다. 그런데 내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저자 역시 이 모든 곳을 소개하고 있는데 코스만 잘 짜면 알차게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정보가 꽤 만족스럽다.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싶었던 곳은 성북동과 서촌이었는데 근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명사들의 흔적들도 많았다. 특히 간송미술간 개방기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인천에서는 으레 차이나타운이 나오겠거니 했다. 그런데 없다. 대신 시간을 비껴간 배다리 마을과 영화 '시간'에서 보았던 기이한 조각상들이 전시된 배미꾸미조각공원이 눈길을 끈다. 대전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여행을 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특징이 될만한 관광지는 딱히 눈에 띠지 않았지만, 멋진 산책로가 꾸며진 로하스 해피로드와 인접한 곳에 사는 대전 시민들은 참 부럽다. 다음으로 내가 사는 대구가 등장한다. 모두 잘 아는 곳이라 친근했고, 역사나 유래 등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게 되어 유익하다. 특히 2년 전 겨울, 클래식 음악감상실 '녹향'에 찾아가 붙였던 포스터가 여전히 사진 속에 담겨 있어서 놀랍고 반가웠다. 이 사진 역시 2년 전에 찍은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녹향에는 저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일까? 그동안 발걸음이 뜸했던 녹향에 다시 들러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영주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떠난 여행은 부산이었다. 교통이 편리한 도시 여행에 맞춰 특별히 고른 곳이었는데 실컷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고선 말도 안되게 버스에서 잘못 내려 한 시간을 넘게 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돌아다녔던 달맞이길, 센텀시티, 국제시장, 남포동은 눈에 익고, 기차시간에 쫓겨 미처 들르지 못한 보수동 책방골목은 여전히 아쉽다.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광주는 출장 때문에 두어 번 가봤었는데 광역시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낙후된 느낌이 강했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해묵은 지역 감정이 비단 과거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도 대도시의 화려함보다 느긋하고 정감있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여자들의 도시여행>을 다 읽고 나면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마다 벽화 그리기가 대유행이라는 것! 서울은 드러내 보이진 않았지만 당연히 이런 벽화길이 있을테고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모든 곳에 어김없이 벽화로 옛 건물과 골목에 멋을 더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라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쇼핑이다. 괜찮은 숍을 추천해 주는 것은 좋았지만 전화번호와 함께 간단한 약도도 함께 보여주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카페들의 경우도 메뉴들의 가격대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하긴 스마트폰으로 어지간한 곳은 모두 검색으로 알 수 있긴 하지만... 게스트 하우스 역시 저자가 직접 묵었던 곳을 간단히 소개해 놓고 있으나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가 보고 싶어진 곳은 인천이다. 인천 역시 내게는 생소한 도시인데 의외로 볼거리가 많은 곳 같다. 거리가 멀어 부담스럽긴 해도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큰 무리는 없는 여행지다. 그리고 다음 번에는 소개된 6곳 외에 다른 도시들도 뚜벅이 위주로 소개되어 있는 여행서가 나와주면 좋겠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冊 it no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밑 페스티벌 (0) | 2012.09.16 |
---|---|
그리움이 번지는 곳 프라하, 체코 (0) | 2012.09.16 |
내 사랑은 그 집에서 죽었다 (0) | 2012.09.02 |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 (0) | 2012.09.02 |
그곳에선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 (0) | 2012.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