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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베이커리

by 푸른바람꽃 2012. 9. 19.
한밤중의 베이커리 (양장) 한밤중의 베이커리 (양장)
오누마 노리코, 김윤수 | 은행나무 | 201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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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당연히 청소년에게는 금지된 것들 위주였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아르바이트였다. 스스로 돈을 벌어 쓴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른이 다 된 양 어깨가 으쓱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곳은 집 앞의 작은 베이커리였다. 단지 집과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갔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며 매일 빵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던 호사스런 일자리였다. 그리고 빵 굽는 냄새가 사람을 얼마나 군침 돌게 하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그래선지 <한밤중의 베이커리>를 읽게 되자 후각기억이 먼저 나를 자극했다.

 

제빵 과정에 따라 등장하는 7가지의 에피소드는 독립된 한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이하게도 구레바야시가 운영하는 ‘블랑제리 구레바야시’는 밤 11시에서 새벽 5시까지 문을 여는 심야 빵집이다. 제목처럼 한밤중에 잠도 자지 않고 그는 왜 빵을 구워 파는 것일까 호기심이 생기는 동시에 과연 손님이 찾아오기나 할까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야기의 시작과 함께 ‘블랑제리 구레바야시’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집 저 집 떠돌며 불안한 삶을 살아온 데다 학교에서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노조미, 관음증에 스토커 짓을 일삼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작가 마다라메, 엄마에게 방임되다 시피 했음에도 그런 엄마를 걱정하는 속깊은 고다마, 성정체성의 혼란으로 여장 남자로 살고 있는 소피아, 겉으로는 까칠해 보이지만 속정 깊은 제빵사 히로키, 그리고 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지만 사고로 아내를 잃은 구레바야시까지 등장인물들마다 간직한 사연과 아픔이 절절하다. 사회의 주변인으로 외롭게 지내던 이들이 ‘블랑제리 구레바야시’에서 서로를 만나 다시 울고 웃으며 인생의 참맛을 알아나가는 부분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또한 혼자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치유해 나가는 그들의 삶은 맛있는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과도 흡사했다.

 

한자로 사람 “인(人)”이 두 사람이 기대어 의지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배운 기억이 난다. 이는 곧 사람은 서로 의지해가며 함께 살아가야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블랑제리 구레바야시’의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바로 그 모습처럼 말이다. 그래서 빵 굽는 냄새만큼이나 사람 냄새 그윽했던 책이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