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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by 푸른바람꽃 2012. 9. 20.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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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제7권 제주편으로 돌아왔다. 제6권 ‘인생도처유상수’를 읽은 지도 벌써 1년이 지난 지금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이란 제주 방언의 구수함이 느껴지는 부제를 달고... 제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제주와 인연이 없을까 한스러울 정도다. 책의 도입부에서 유 교수는 미술사학과 학생들과 답사를 떠나며 아직 제주를 못 가본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질문한다. 학생들 중에는 손 든 이가 아무도 없었지만 이 학생들 틈에 내가 끼어 있었다면 슬그머니 내 손이 올라갔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아직 제주 땅을 밟아보지 못 했다.

 

수학여행은 설악산을 다녀왔고, 제주로의 대학 졸업여행은 난데없이 취소됐었다. 그리고 가족여행을 떠날 때는 시간이 되지 않아 집을 지켰고, 여름휴가 때도 제주는 물망에 올랐으나 최종에서 제외되어 아직 이 모양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두 핑계 같다. 큰 이모님이 아직 제주에 살고 계신데도 여태 못 간 것은 엄밀히 말해 안 간 것과 진배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지금도 나는 제주를 꿈꾸고 제주를 그린다. 언제가 되었든 제주에 가게 되었을 때를 준비하면서 말이다. 그런 이유로 제주에 관한 여행서나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사람들의 책도 만나 보았는데 볼 때마다 새롭긴 해도 인터넷 여행 후기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해 아쉽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이번 유홍준 교수의 제주 답사기는 유명 관광지에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가 아닌 대한민국의 축복과도 같은 섬 제주의 생생한 삶과 역사, 문화를 진지하게 담아 놓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책 또한 여행서라기보다 저자의 말처럼 ‘제주학’을 배우는 학습서에 가깝다. 목차에서부터 제주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선 지명과 이름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본문으로 들어가 보면 그 주변의 관광지는 꼭 다녀가면서 정작 제주의 속을 알 수 있는 이런 의미 있는 곳은 그냥 지나쳐 왔음을 깨닫게 된다.

 

나 또한 제주의 천혜 비경을 자랑하는 다양한 ‘오름’들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제주를 다녀온 지인이 다른 곳은 몰라도 ‘오름’은 꼭 올라 보라며 적극 추천했던 것이다 오름? 오름이 뭐지? 그렇게 찾아보니 마치 텔레토비 동산을 보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초록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책에서도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아부오름, 거문오름 등 곳곳의 오름들을 소개하며 제주에는 한라산 백록담만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인상 깊었던 내용은 조천 너븐숭이에서 소개된 제주 4․3사건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간단한 요점 정리만 암기하듯 배웠던 내게 유 교수가 가르쳐준 제주 4․3사건은 시대의 아픔이고 우리 모두의 비극이었다. 무엇보다 그때 희생된 사람들의 유가족들이 지금도 제주에 살고 있는 만큼 과거사로 끝날 일이 아니라 현재의 일이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탐라국 순례’에 등장하는 삼성혈, 관덕정, 오현단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 유명한 돌하르방을 만나고, 제주의 역사, 전설 등을 접할 수 있어 재밌고 유익했다. 또한 제주 해녀들의 애환, 하멜의 보고서, 대대로 이어져 오는 무속신앙들, 추사관 명예관장으로서 저자가 전하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에 얽힌 일화 등 제주를 속속들이 파헤쳐 놓고 있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제주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을 제주 “허 氏”를 위해 썼다고 밝혔다. 제주하면 “고 氏”아니었나 싶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허”는 렌터카 번호판의 그 ‘허’자다. 한 마디로 렌터카를 이용하는 제주 여행객들을 저자가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잠시 스치듯 지나는 여행객 뿐 아니라 제주에 뿌리 내리고 사는 시민들에게도 그들의 터전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므로 필히 읽어보길 권한다.

 

제주를 떠나며 유홍준 교수의 다음 여행지는 어딜까 궁금했다. 그런데 우연히 최근 인터뷰 기사를 보니 그동안 다루지 못했던 충북과 경기, 섬(독도, 보길도, 증도, 청산도)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하이라이트는 독도가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겨 놓았으니 내년 이맘 때 쯤에는 제8권을 통해 독도가 어째서 우리 땅인지 더욱 명확히 알게 되리라 짐작해 본다. 끝으로 제주 여행 전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