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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by 푸른바람꽃 2012. 9. 28.
광해, 왕이 된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이주호, 황조윤 | 걷는나무 | 201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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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동명의 영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개봉에 맞춰 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 다분히 ‘윈-윈’ 전략을 꾀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 영화는 올해 개봉하는 한국 영화들 가운데 내가 손꼽아 기다렸던 몇 안 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개봉 첫 주 주말에 바로 관람했는데 꽤나 진지한 시대극일거라는 기대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신 적당히 진지하면서도 보는 내내 폭소를 안겨주는 드라마에 가까웠다. 그 가벼움이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었으나 실컷 웃고 때로는 눈물도 훔치며 보았으니 명절에 가족영화로 선택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고난 다음 책으로 다시 만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영화보다 섬세하고 무게감이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장면과 장면 사이를 책에서는 자세하게 묘사해 놓았다는 점이 아마도 이 작품을 책과 영화 모두 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평가일 것이다. 예를 들면 영화에서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대목은 과감히 삭제했을 것이다. 그러나 책에서는 이러한 장면들까지도 부연설명을 해 주듯 그려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가운데 그 앞뒤 정황들까지 상상으로 그려지면서 더 큰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왕의 흉내나 내던 광대가 하루아침에 왕이 되어 벌어진 사건들을 줄거리로 하고 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12월에 있을 대선이 자꾸 떠올랐다. “그대들은 어떤 왕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작품에서는 강대국이 아닌 제 나라 백성을 최고로 섬기는 사람, 팥죽 한 그릇으로도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그런 왕이 등장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사람이 왕좌를 지킨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현실은 언제나 냉혹한 법이니까.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中 “숨겨야 될 일들은 조보(朝報)에 내지 말라 이르다”는 역사의 기록을 단서로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사라진 15일간을 환상처럼 그려 보인 <광해, 왕이 된 남자>. 시시각각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했던 광해와 그의 곁은 지키는 도승지 허균, 드라마틱한 신분 상승을 경험하는 하선, 외척 세력으로 몰려 벼랑 끝에 선 중전 등 극중 인물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스토리 상 중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약했고 그에 따른 어설픈 로맨스가 아쉽다. 반면 이 영화를 통해 15년간 재위했음에도 묘호조차 없이 아직도 ‘광해군’이라는 왕자의 호칭으로 불리는 그의 삶이 단편적으로나마 색다른 시각으로 재조명되어 새로웠다. 끝으로 이 작품을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이 책과 영화 중 무엇을 먼저 보는 게 좋겠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영화를 본 다음 책을 읽으라고 권할 것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