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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그림여행 : 고흐와 함께하는 네덜란드 프랑스 산책

by 푸른바람꽃 2012. 9. 29.
고흐 그림여행 고흐 그림여행
최상운, 최상운 | 샘터사 | 201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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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서양음악만큼이나 쉽게 익혀지지 않는 것이 서양미술이다. 알면 알수록 점점 늘어나는 정보량이 머릿속에서는 뒤죽박죽 섞여 있다보니 기억하고 있는 것들마저도 헷갈릴 때가 많다. 게다가 서양미술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인지라 지금도 미술에는 문외한에 가깝다. 그러나 좋아하는 화풍과 작가는 있는데 그중 하나가 빈센트 반 고흐다. 우리에게는 귀를 자른-사실 그가 자른 것은 귀 전체가 아닌 귓불 일부였다고 함-화가의 '자화상'들을 비롯해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등 그의 유명작품들이 널리 알려져 있어서 미술에 대해 잘 몰르는 사람도 최소한 그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의 유명세만큼 그에 대한 책도 이미 많이 출간되어 있는데 <고흐 그림여행>도 그 책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대신 이 책은 좀 색다른 것이 고흐의 고국인 네덜란드와 그가 숨을 거둘 때까지 머물렀던 프랑스 여행기에 고흐의 일생과 작품세계를 함께 담아 놓은 점이다.

 

고흐의 가장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부터 여행은 시작되는데 이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들이 시기별로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일생을 가난에 허덕였던 반 고흐였지만 그가 죽은 후 그의 작품들은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아 지금 은 제대로 값을 매길 수도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하지만 생전에 작품성을 인정받고 부귀영화를 누렸던 예술가는 드물다. 언젠가 읽었던 미술사 책에서처럼 고흐의 그림도 어느 집 창문의 바람막이나 닭장 구석에 팽개쳐져 있었다. 그런 그림들을 뒤늦게 수집해 지금은 반 고흐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니 고흐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감개무량할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그림은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별이 빛나는 밤'과 '꽃이 핀 아몬드 나무'이다. 이 중 '별이 빛나는 밤'은 뉴욕 현대미술관에 있지만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반 고흐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책에 실린 작은 그림이라도 이렇게 마주하니 여전히 푸근하면서도 좋은 느낌이다.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린 고흐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감자 먹는 사람들'도 인상적인데 테오에게 보낸 편지글을 읽은 다음 한참이나 그림 속 아낙들의 골 깊은 손등을 바라 보았다. 암스테르담에서는 고흐 미술관을 떠나 라익스 미술관 기행도 잠깐 소개된다. 고흐의 그림에 영향을 주었던 화가들의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얀 스텐의 '성 니콜라스 축제일'이 눈길을 끈다.

 

다음 여행지는 오테를로였다. 이곳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 목적지였다. 재밌는 것은 이 곳에 다시 만난 '감자 먹는 사람들'이었다. 얼핏 보면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훨씬 간단히 그렸음을 알 수 있다. 고흐는 이처럼 자신의 작품을 복제하듯 여러 개 그리곤 했단다. 그리고 고흐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아를에서 그린 해바라기 그림이 등장한다. 그리고 고흐가 힘들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룰랭 부부의 초상화가 그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이어서 헤이그로 넘어가 그림 딜러로 살던 고흐, 방랑하는 화가로 살던 고흐를 다시 만나다. 헤이그에는 고흐의 그림이 소장된 미술관이 없기에 라익스 미술관처럼 고흐에게 영향을 준 화가들의 그림을 만나러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을 둘러본다. 그리고 고흐가 그림을 그렸을 스헤베닝헨의 바닷가 풍경과 '스헤베닝헨 해변에서 보는 바다 풍경'을 동시에 바라보는 호사를 이 책 덕분에 누린다.

 

네덜란드를 떠나 프랑스로 넘어가면 파리와 아를, 생 레미 드 프로방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여행한다. 몽마르뜨에 살았던 고흐가 그린 '클리쉬 대로', '파리 전경', '물랑 드 라 갈레트' 등을 보면 지금의 파리 풍경과 겹쳐 보인다.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1889)'도 고흐의 대표작인데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아를의 아름다운 자연에 그의 마음도 어느정도 회복되었던 듯 보인다. 그리고 생 레미 드 프로방스에서 드디어 만난 '별이 빛나는 밤'! 환상적인 밤하늘의 풍경이 고흐만의 기법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 소용돌이가 실제 천체의 난류 현상일지 모른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여행의 종착지는 고흐가 숨을 거둔 오베르다. 그의 집에 가면 그가 쓰던 화구와 가구는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덩그라니 의자 하나만 남아 있단다.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어 그의 방을 볼 수는 없었으나 동생 테오 부부의 사랑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외롭게 정신병에 시달렸던 그의 최후가 쓸쓸한 그 방과 닮은 듯 하다.

 

고흐의 죽음에 자살이냐 사고사냐 말이 많지만 어느 쪽이든 자신에게 죽음이 닥쳤다고 깨닫는 순간 고흐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서른 일곱이라는 아직 한창일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흐도 안타깝지만 6개월 후 형의 뒤를 따라간 테오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두 형제가 나란히 쉬고 있는 묘지의 소박한 묘비가 우애 깊은 고흐 형제의 모습을 닮았다. 네덜란드의 풍차와 튤립만 생각했었고, 프랑스의 에펠탑과 와인만 떠올렸는데 네덜란드와 프랑스 이 두 나라에 빈센트 반 고흐가 있었다. 고흐의 일생과 더불어 그의 작품들과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그가 스쳐지났던 네덜란드와 프랑스 곳곳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모두 만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고흐의 전부를 알기에는 이 책도 부족하겠지만 나로서는 이름만 알았던 고흐, 겨우 제목만 알았던 그림을 덕분에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