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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혼자다 2 - 그는 과연 진정한 승자인가!

by 푸른바람꽃 2009. 11. 15.

 

 

어둠의 블랙.

1권의 화려함 보다 무겁고 암울하다. 안에 담고 있는 내용처럼.

 

1권을 마치고 2권을 들며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잔뜩 인물들만 늘어놓고 그 인물들 중에서 행동 하는 사람는 이고르와 가브리엘라 뿐이었다.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이야기 했다 시피 가장 길었던 프롤로그 한 편을 읽은 것 같았던 1권인지라 2권에는 긴박감 넘치는 그 후의 사건과 그에 대한 추격을 상상했건만 2권은 1권보다 더 임펙트가 약하다.

 

1권에서 미처 인물 설명을 못했던 재스민을 통해 패션계를 이야기 하며 2권의 막이 올랐다.

이고로는 이고르 대로 마지막 살인(무차별 테러에 가까운...)을 감행하고 이고르, 하미드, 에바, 가브리엘라, 재스민은 결국 한 자리에 모두 모인다. 그 이후의 내용은 말로 설명하기 조차 허무할 정도다. 이야기가 어떻게 저리 끝나나 싶을 만큼.

 

작가가 이야기 하려고 했던 것들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건지, 어쨌든 실망스러웠던 내용과 결말은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책이 처음 연재되기 시작하고, 또 그 후 책으로 나오고 나서도 독서가들 사이에서 회자되지 않는 것이 나는 좀 의아했다. 그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베스트셀러에 오를텐데, 유독 이 책에 대한 반응이 저조한 것은 왜 일까? 책을 읽고 나니 그 이유를 궁금해할 필요도 없이 나조차 이 책을 다른 이에게 감히 권하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기승전결.

이 책에는 그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다. 칸 국제영화제라는 세계적인 축제의 장에서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다. 그냥 치정 복수극이 아니라 성별 불문, 나이 불문하고 무차별적인 연쇄살인이 말이다. 이런 긴장감 넘치는 사건을 소재의 중심에 두고서 정작 책의 내용은 밋밋하고, 성공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그리고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이고르의 심리 변화였다.

 

전처인 에바를 위협하여 되찾기 위해 연쇄살인을 하고 있다던 1권에서의 그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 였으나, 돌연 2권에서의 그는 그가 죽인 첫번째 희생자의 영혼이 그를 지켜준다는 말도 안되는 망상에 사로잡혀 스스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이 모든 살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그 동기를 수정한다. 그렇게 전처에 대한 사랑과 미련을 버린 그는 미치광이 사이코패스라는 괴상한 캐릭터로 전락해 버렸다. (원래도 그리 정상적인 살인마는 아니었지만 2권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로 갑자기 바뀐다.  ㅡ.ㅡ)

 

2권에서 내가 건져올린 내용 중 쓸만한 것은 인생무상.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는 것.

순식간에 생과 사의 운명이 나뉘고, 인생을 다 가진 듯 하늘 높이 올랐다가 땅으로 추락하는 데까지 전화 한통이면 족하다.

이런 것을 종합해 볼 때 작가는 누구나 인생의 성공을 목표로 승자가 되기 위해 살아가지만, 그 성공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말하고 있다. 이게 전부다.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것은. 

 

교훈이야 내가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재미와 감동은 2권에서도 없었다. 작가의 이름에 나는 너무 큰 기대를 걸었었나 보다. 아니면 내가 파울로 코엘료의 이번 작품과는 맞지 않았는 지도 모르고.

 

결말에서 역시 승자는 혼자였다.

제 손으로 모두 죽였으니 혼자일 수 밖에...

그러나 그 최후 승자의 고독에 단 1%의 공감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