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때를 추억하면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만,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만화책'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순정만화에 대한 나의 애정은 이미라, 이은혜, 한승원, 신일숙, 원수연, 천계영 등 국내 작가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일본 순정만화로까지 이어졌다. 학교에 가면 늘 만화를 빌려와 무상 공급(?)해 주는 착한 친구가 있어서 수업시간, 쉬는 시간 가릴 것 없이 만화책을 끼고 살았었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던 나의 만화 사랑은 어느날 갑자기 메말라 버렸다. 언제 그렇게 됐는지도 모를만큼 만화책과의 인연을 뚝 끊고 그 후로 지금까지도 만화책은 다시 보지 않았다. 그리고 책꽂이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던 어릴적 사다 모은 만화책들도 퇴출 당해 우리집 창고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며 상자에 고이 모셔져 있다.
어떤 동기나 이유도 없이 식어버린 만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이제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그렇게 흠뻑 빠져서 뭔가를 좋아했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더이상 만화를 책으로는 보지 않게 됐어도 만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책 대신 웹툰으로 알게 된 몇몇 작가의 작품은 꾸준히 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김네몽's 그림일기>였다.
<김네몽's 그림일기>를 처음 보게 된 것 서나래 작가의 <낢이야기> 덕분이었다.
기존의 만화와 달리 <낢이야기>는 초간단 캐릭터 묘사와 일상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상황, 코믹한 대사들이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그 속에 소소한 감동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우연히 한 편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그동안 못 봤던 시리즈를 한꺼번에 줄줄이 봤던 기억이 난다. 이 <낢이야기> 때문에 들락거렸던 웹툰 사이트에서 비슷하지만 뭔가 다른 <김네몽's 그림일기> 시리즈를 발견했고, 그녀의 작품에도 빠져들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코믹함은 <낢이야기>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김네몽's 그림일기>에는 '네몽'과 '선상'의 달달한 연애담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이 웹툰이 1권에 이어 2권도 출간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문득 한동안 그녀의 연재 작품을 못 봤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반가운 마음으로 그녀의 두 번째 책 <김네몽's 그림일기 2 + 사랑中>을 읽어 나갔다.
작가의 톡톡 튀는 유머는 책의 날개, 목차, 사랑中과 만나는 부분 등 곳곳에 숨어 있다. 이번 책에는 김네몽닷컴에서 연재했던 그림일기 시리즈의 일부와 사랑중이라는 단편이 한권에 담겨 있다. 사실 <김네몽's 그림일기 1>은 웹툰으로 봤기 때문에 그 시리즈의 나머지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김네몽's 그림일기 2>를 읽는데 어색함은 없었다. 게다가 이 책의 내용들은 에피소드 별로 하나씩 올라오는 웹툰의 특성상 이어지는 내용들이 아니므로 굳이 1권을 읽지 않아도 2권을 읽는데 별 무리가 없다. 다만 좀 더 재밌게 이 책을 읽고 싶다면 작가의 말처럼 "일단 방문해서 손해볼 일은 없으니" 김네몽닷컴으로 발걸음 하여 그녀의 그림일기 1권에 수록된 시리즈들을 먼저 감상하고 이 책을 보는 것이 좋다.
이 책의 절반은 이처럼 <김네몽's 그림일기 2>가 있고, 나머지 절반은 그녀의 단편인 사랑中 시리즈가 담겨 있다. 작가는 앞 뒷면의 표지를 달리해 마치 두 권의 책을 보는 재미를 준다. 사랑中도 <김네몽's 그림일기>처럼 김네몽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다. 그러나 그림일기가 그녀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면 사랑中은 경험을 통해 깨달은 남녀의 사랑과 연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일종의 연애하는 여자들이 빠지는 고민과 그 고민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방법을 김네몽 작가는 그녀의 경험에 비추어 알려준다. 실제 경험담이라서 그런지 사랑中은 꽤 공감가는 내용이 많다. 그리고 이것이 남녀의 연애 뿐만 아니라 친구나 대인관계에서의 문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문제도 어차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오해와 갈등, 이해와 사랑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네몽's 그림일기 1, 2>와 사랑中 단편들에서 목하 열애중이던 김네몽 작가의 2권 엔딩은 웨딩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김네몽닷컴에서는 이미 <김네몽's 그림일기 시즌2 신혼일기>가 연재중에 있다.
이제 신혼일기를 볼 수 있는 진도에 다다랐으니 알콩달콩한 김네몽댁의 신혼 이야기도 서둘러 웹툰으로 만나볼 생각이다.
참!! 그녀가 이 책에서 전수해 준 유부초(비빔)밥 레시피는 꼭 활용해 봐야겠다. 시중에 유부초밥 재료를 사서 만드는 방법 그대로 만들어도 이상하게 실패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는데, 그녀의 "위장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는 말에 힘입어 모양 상관없이 일단 맛있게 먹는 것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런 알찬 정보까지 전해주었던 재밌고, 유쾌하며, 따뜻했던 김네몽氏의 일상! <김네몽's 그림일기 2 + 사랑중>은 보는 사람도 함께 웃고 생각하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금새 한 권을 다 읽어 버렸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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