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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 1 - 백정 '소근개'와 의생 '황정'

by 푸른바람꽃 2009. 11. 19.

 

 

 

작년과 재작년... M사는 그야말로 배우 "김명민의 재발견"이라는 월척을 낚았다.

 

정작 배우의 길을 접고 이 나라를 떠나려고 했을 때 그를 다시 붙잡았던 것은 K사의 대하사극이었고, 그 역시 그 작품 덕에 배우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우와 작품도 모두 인연이라고 하듯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은 것들은 모두 M사의 드라마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하얀 거탑"에서 배우 김명민이 연기한 '장준혁'이란 인물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드라마 "하얀 거탑"도 잊지 못할 의학드라마가 되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고...

 

배우와 드라마가 모두 윈-윈했던 그 "하얀 거탑"은 익히 알고 있듯이 일본의 원작을 토대로 각색된 한국판이었다. 그 드라마의 각색을 맡았던 이기원 작가가 이 책 <제중원>의 저자라는 사실을 나는 책의 첫머리를 읽을 때 비로소 알게 됐고 이 책의 탄생 비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실은 이 책을 챙겨 보게 된 것도 드라마든 영화든 원작을 찾아 보는 나의 습관때문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드라마 "제중원" 주인공들의 스틸컷을 보고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원작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 갔다.

 

대다수의 드라마 소설들은 드라마 흥행에 힘입어 드라마 각본을 각색한 소설판인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이 책은 드라마 각본 보다 먼저 기획, 제작됐으며 생각보다 책의 원고 진행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뒷 부분은 책과 드라마가 동시에 쓰여 졌다고 한다. 이런 점은 원작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가 동시에 쓰여졌던 이청준 작가의 소설이자 임권택 감독의 작품인 <축제>를 연상시킨다. 따라서 드라마든 원작 소설이든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창작이 아닌 두 장르의 상호작용 속에서 깎이고 다듬어져 탄생한 작품이 책이자 드라마인 <제중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쯤에서 작품 뒷 이야기는 각설하고, 책의 내용은 흔히 볼 수 있는 영웅 스토리이기도 하고 성공 스토리이기도 하다. 드라마 "대장금"과 비슷하지만 다른 맛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 <제중원>이다.

 

우선 <제중원 1>은 소설의 전체 구성 단계로 치면 발단과 전개부분이다.

주인공 '소근개'가 백정의 삶을 살아가는 현실이 묘사되면서 그의 불우한 어린시절을 대신하고 있고, 그런 그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소근개'라는 이름을 버리고 살 수 밖에 없는 사건과 음모가 벌어진다.

 

스스로 가장 원했던 일이지만, 감히 그것이 가능하리라 생각지도 못했던 평범한 삶이 그의 목숨을 건 사투 끝에 선물처럼 주어졌다. 그리고 그의 목숨을 구해준 선교사 알렌과의 운명적 만남으로 인해 그가 백정이었던 시절 소를 잡으며 익힌 칼솜씨와 의술의 혜택을 받지 못해 어머니를 허무하게 떠나보내야 했던 한(恨)을 바탕으로 그 자신이 의술을 펼치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백정 '소근개'라는 이름을 버리고 의생 '황정'이 되었다.

 

 <제중원 1>에서 주인공 '황정'만큼 비중있게 등장하는 것이 그의 원수이자 숙명의 라이벌인 '백도양'이다. '황정'과 '백도양'의 캐릭터는 묘하게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봤던 '최도영'과 '장준혁'을 떠올리게 한다. 물과 기름처럼 정반대되는 캐릭터는 선과 악이라는 드라마 공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설정이고, 결국 그것이 주인공의 위기로 그려지기 때문에 '백도양'의 악역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 두 사람 사이에 늘 그렇듯 트라이앵글을 형성할 한 사람의 아름다운 여주인공 '유석란'이 등장해 갈등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불필요한 듯 느껴진 인물이 이 '유석란'이었다. 주인공의 내면에 깃든 주체적인 생각들을 그녀의 행동으로 표출시키지 못하고 끝내 작가는 그녀를 하나의 소품처럼 만들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제중원 1>은 갖가지 갈등과 불화의 씨앗을 곳곳에 시한폭탄처럼 남겨두고 끝을 맺는다. 그리고 <제중원 2권>이 불씨를 동시다발적으로 팡팡 터트리며 결말로 치닫을 것이 분명하다.

 

그 중 가장 핵심은 주인공 '황정'의 신분이 뒤늦게 발각되는 일이다.

과연 '황정'은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내용은 <제중원 2>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