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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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툭 끊어진 결말에 대한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그 책을 손에서 놓자마자 곧장 <일곱번째 파도>를 읽었었다. <일곱번째 파도>는 에미와 레오가 마지막으로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때로부터 9개월이 흐른 후의 이야기다. 갑자기 레오와 메일이 끊어진 에미는 그 원인이 자신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했던 마지막 약속... 그 약속의 결과를 에미의 선택으로 받아들여 레오가 연락을 끊어버린 것이라 짐작하는 에미. 그래도 에미는 레오에게 메일을 쓰고 또 쓴다. 그녀가 받는 답장은 늘 시스템관리자의 안내 메시지였지만 그녀는 언젠가 레오가 자신이 보낸 메일을 보게 될 거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의 바람대로 시스템 관리자의 메일은 더이상 오지 않았다. 대신 레오의 메일을 받는다.
두근두근... 레오의 메일이 다시 도착했을 때는 저절로 에미처럼 기대감에 부풀었다. 드디어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군...이란 생각과 함께 소식이 없던 레오의 근황이 궁금했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앞으로 에미와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그 순간 에미가 될 수 있었다면 온통 질문들로 가득한 메일을 보냈을 것이다. 에미도 그동안 레오가 어떻게 지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러나 에미와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 사이 레오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기진 않았나 였다. 겉으로는 레오에게 좋은 사람이 나타나길 바랬으나 에미는 내심 그녀가 레오의 좋은 사람이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처지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으므로 애써 레오에게 쿨한 척 했을 뿐이었다. 레오는 미국에서의 생활을 들려주고 나서 고민 끝에 그가 왜 소식도 없이 떠났는지 그 사건의 전모를 밝힌다. 사실을 알게 되면 에미의 충격과 상심이 크리란 것도 알지만 레오로서는 그녀를 속이는 짓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에서는 내내 뜨겁거나 차갑지 않고 적당히 미지근하기만 했던 에미와 레오. 그러나 <일곱번째 파도>에서는 책 제목처럼 에미와 레오 사이에 몇 번의 파도가 밀려와 역동적인 변화를 몰고 온다. 그러나 문제는 돌아온 레오의 곁에 금발의 모델 같이 예쁜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조만간 레오와 함께 살기 위해 미국에서 레오의 집으로 이사 올 예정이라고 하니 에미로서는 축하해 줘야할 일이지만 질투와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 문제 뿐만 아니라 <일곱번째 파도>에서는 에미와 레오 사이에 다른 사건들도 꽤 많이 벌어진다. 이미 두 사람의 마음이 예전 보다 더 깊어지면서 더이상 메일친구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작과 이 책을 동시에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일곱번째 파도>가 더 재밌었고 결말도 꽤 마음에 들었다. 제자리에서 빙빙 맴돌기만 했던 두 사람의 감정과 현실들이 이 책에서는 서로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여전히 조금씩 감추고 있는 속마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오해와 엇갈림은 존재하지만 에미와 레오는 예전처럼 도피하거나 덮어두지 않는다. 차라리 그 문제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고 대답하면서 서로의 진심에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쨌든 이들의 시작은 불륜에 가깝고, 만일 내 친구가 에미였다면 등을 때려서라도 당장 정신차리라고 다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는 도무지 그렇게 독해질 수 없었다. 늦게라도 서로의 소울메이트를 만났으니 어떻게든 잘 해 보라고 격려하고 싶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에미와 레오도 그들의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불행을 가져오는 것이라서 그토록 망설이고 주저한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에미와 레오처럼 행복 앞에서 주저할 때가 있다. 그래서 작가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행복이 있을 만한 곳의 약도와 그걸 찾아내는 법이 담긴 안내서는 없어요.
누구나 자기 방식으로, 가장 빨리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곳에서 행복을 찾는 거예요. (p.302)
결국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각 자의 몫이라는 것을...
에미와 레오처럼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된 환경 속에서 그들의 행복을 찾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비법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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