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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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강희에 대한 인간적인 호기심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달콤한 나의 도시>의 여주인공 오은수 역을 맡고 나서부터다.
내가 좋아하는 은수를 잘 부탁해...라는 심정으로 드라마를 보는 동안 그녀에게 거는 기대도 남달랐다. 캐스팅 초기부터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브라운관을 통해 지켜본 그녀의 연기도 좋았다. 그렇게 책 속에 살던 은수에게 또 다른 생명을 불어넣어준 것이 그녀였다. 그 후부터 배우 최강희를 나도 그녀의 애칭인 강짱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참에 '강희의 여섯가지 중독'이란 프로그램에서 그동안 몰랐던 최강희란 사람의 시시콜콜한 매력까지 발견하게 되면서 그 때 살짝 엿보았던 그녀의 내면이 새로운 사진과 글로 담겨진 책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이 나왔다. 우선 한눈에도 정성을 많이 들인 것으로 보이는 고급스러운 책이 썩 내 마음에 들었고, 휘리릭 넘길 때마다 간간히 보이는 아이슬란드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포토에세이라고 해야겠지만, 나는 마치 강짱의 미니홈피를 책으로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아이슬란드의 그룹 '시규어 로스'에게서 가장 큰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절친인 김C를 통해 처음 알게된 시규어 로스의 음악들이 그녀의 마음을 울렸기에 그녀는 시규어 로스에 흠뻑 빠졌다 .
'강희의 여섯가지 중독'에서 제임스 므라즈에 열광하던 그녀가 미국 뉴욕으로 향했던 것처럼 이 책에서는 시규어 로스의 나라 아이슬란드로 향한다. 책의 각 장의 제목들은 모두 시규어 로스의 노래와 관련된 것들일만큼 그녀의 시규어 로스에 대한 애정이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끈다. 그래서 나 역시 자연스럽게 시규어 로스의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러므로 책을 읽기 전 미리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구해서 들어보는 것도 책의 내용과 함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해 줄 것이다.
누구는 배우가 외로운 직업이라고도 했고, 또 누군가는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외로워 할 틈도 없다고 했다.
그녀도 벌써 연기 생활 14년차라고 한다. 사춘기 때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대중들의 이목 속에서 살아온 탓에 그녀만의 인생을 계획하고, 고민하며, 되돌아보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그래서 서른 둘의 그녀는 뒤늦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방황하고 있다. 그 방황의 흔적을 모아 놓은 것이 이 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잦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그래서 새벽에 깨어 있을 때가 많으며, 우울해 하지만 또 우울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는 강짱.
나 언젠간
밤10시부터 해가 뜰 때까지만 하는 북 카페를 만들 거야.
그러면 아주 싼 가격에 맛있는 커피도 주고, 무릎담요도 주고.
그런데 연인들은 안 받아줄 거야.
그러니까... 행복하지 않을 때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뭐 그런 곳을 만들 거니까.
p.161
그녀가 만든다는 이 북카페. 서울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생긴다면 나는 틀림없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겠지?
언니! 나 왔어~ 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늘 마시던 걸로 한 잔 부탁해! 라는 말로 친근함을 표시할 것이다. 좋아하는 책을 끼고 앉아 한참을 읽다가도 문득 침묵을 깨고 그녀에게 이런 저런 고민을 늘어놓을 것이고, 연인들은 안 받아준다지만 나는 예외로 해달라며 귀여운 생떼를 쓸지도 모른다.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그녀지만, 친해지고 나면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그녀니까 아마 결국에는 가장 구석진 자리를 흔쾌히 내어 줄 것만 같다. 그녀의 숨겨온 마음을 이 책으로 다른 사람과 나누듯이...
강짱의 화보집이라 해도 될만큼 그녀의 다양한 모습과 여행지에서 이색 풍경들, 그리고 마음의 말들은 그것을 보고 싶고,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또한 강짱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지금'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으로 하여금 나의 '지금'도 바라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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