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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 - 불법은 멀리 있지 않다

by 푸른바람꽃 2010. 1. 20.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

저자 정호  
출판사 불광출판사   발간일 2009.09.07
책소개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는 정호 스님 저서의 불교 에세이 서적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거리에 스...

나는 성결교회 부설 유치원을 다녔기에 그 때는 밥 먹을 때마다 두 손 모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렸었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나서는 사촌들을 따라 성당을 드나들며 예수님과 마리아님을 만났고,

갑자기 사촌들이 서울로 이사를 가 버린 후에는 내게 종교도 함께 사라져 버렸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먼 곳은 아니었는데, 어린 눈에는 멀미가 날만큼 먼 시골로 가는 듯 했었다.

 

 도착한 곳은 어느 절이었다.

 

분홍 연꽃이 예쁘게 핀 작은 연못이 있고, 아담한 돌탑도 있으며, 혼자가기 무서운 화장실이 있던 그 절에서 이번에는 엄마를 따라 두 손을 모은 채 엎드려 절을 했다. 언제 일어나야 할 지를 몰라 엎드린 채 가만히 눈치만 보다가, 엄마가 일어나면 후다닥 따라 일어섰다. 끝인가 싶더니 또 절을 하면 나도 다시 절을 하곤 했던 그 때의 기억때문에 요즘도 가끔 법당에서 고사리 손을 모으고 절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그 귀여운 모습에 절로 웃음짓게 된다.

  

불교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후 계를 받아 불가에서의 이름이 생겼고, 기쁠 때나 힘들 때마다 찾게 되는 곳은 절이요, 찾는 이는 부처님이다.

아직 그릇이 작아 일신의 행복과 평안만을 구할 때가 많은 탓에 법문은 들을 때뿐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진심에서 우러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정작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의 수행이었다.

 

그런 점에서 정호 스님의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는 어려운 법문 대신 우리 주변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지혜를 얻는...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나는 아직 마음을 털어 놓을 만큼 의지할 수 있는 스님을 만나지 못했기에 

이 책에서 정호스님을 찾을 수 있는 수많은 불자들이 참 부럽다.

 

그들은 마음에 쓰레기가 쌓이면 정호 스님을 찾는다.

그리고 스님께 그것들을 비워내고 스님은 또 다음 사람을 위해 묵묵히 비질하며 그것을 치우신다. 

비록 정호 스님을 직접 만나뵐 수는 없없지만 책으로나마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들 중 내 것도 얹어서 함께 비워낼 수 있었서 좋았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듯 사람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이 있고 수행자가 있어야 할 곳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곳,

즉 사람 사는 마을과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이어야 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정호스님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준다. 비록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그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로 이끌어 줌으로써 불법을 전하고 계신 것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스님과 마주하고 긴 대화를 나눈 느낌이 든다.

내게 하신 말씀도 있고, 나의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전하라는 말씀도 있다.

 

그리고 깨닫게 되는 한 가지, '마음'의 중요성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결국 모든 죄를 짓고 복을 행하는 기본이 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을 매일 새롭게 하고, 단속하는 일이야말로 행복을 얻는 지름길이며, 결국 불도를 닦는 일이다.

그러나 내 것이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또 '마음'이다. 그래서 내게는 이것이 평생의 화두로 남을 것 같다.

 

 

자연의 느낌이 물씬 나는 판화 일러스트들과 함께 만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거울 삼아 정호스님이 이끄는 대로 실천해 가다 보면 그 끝에는 깨달음이 있을 것이다. 그 깨달음을 만날 때까지 '마음'의 화두를 놓지 말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