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채널을 바꾸던 중 곧 방영 예정인 K방송국의 신작 드라마 예고편을 보게 됐다. 제목에서부터 부자라는 말이 끼어있는 것을 보고 또 재벌 2세들의 사랑 놀음인가 했다. 그런데 여주인공이 지금껏 본 적 없는 '생계형 재벌녀'라는 색다른 캐릭터였다. 그간 드라마에서는 돈 아까운 줄 모르는 재벌들만 등장해 왔던터라 근검절약하는 재벌 상속녀의 모습은 낯설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자들도 경제 관념이란 것이 있고, 그래서 부자가 됐을텐데 그동안 드라마에서는 지나치게 낭비벽이 심한 부자들의 사치만을 강조해 왔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얼마나 경제적으로 지출하느냐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부자들도 자기돈은 아깝다는 전제 하에 탄생된 이 '생계형 재벌녀'의 이야기가 다소 과장됐을지 모르지만, 사치를 일삼는 재벌의 모습보다는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생계형 재벌녀처럼 낭비를 모르는 부자들의 생활 습관이 궁금한가? <부자들은 10원도 아낀다>는 부자를 포함한 누구라도 알아두면 돈 버는 108가지 절약의 노하우를 담고 있다.
<부자들은 10원도 아낀다>의 띠지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거창하게 '부자로 만들어 주는 절약비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평범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 책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자꾸 책에서 '부자'를 언급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독자들의 시선을 끌겠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 그런데 가진 돈을 아끼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니 그 비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생활, 디지털라이프, 직장, 자동차, 금융, 카드, 부동산 이렇게 7개 분야로 나누어 소비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10원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무조건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쓸 때 쓰더라도 줄줄 새는 돈은 막자는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돈 중에는 굳이 지불하지 않아도 될 돈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똑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비싸게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새어나가는 돈을 막는 것이 결과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들을 미처 몰랐던 사람들이라면 솔깃한 정보가 꽤 많이 수록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도 알뜰한 소비를 해 온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들이 대부분이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다. 가령 구두상품권을 할인가에 구입해 백화점 할인 기간 중 더블 할인 받는 것, 백화점 쇼핑 시 장바구니 사용으로 50원 환급 받기, 신용카드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 온라인 서점에서 책 사기 등은 이미 우리가 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법들이다. 이런 내용이 108가지의 절약 비법 중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그런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에게는 다 아는 내용을 요약 정리해 놓은 책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7가지로 분류해 놓은 각 영역들도 비법이라고 정리한 내용들의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
생활밀착형 절약 정보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는 점은 좋다. 그리고 그러한 방법을 활용했을 때 실질적으로 얼마나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는지 직접 수치로 확인시켜 주는 것도 절약하는 생활의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면 더 요긴한 책이 되었을 것 같다. 요즘에는 워낙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가 활발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재테크 및 세테크 정보나 쿠폰, 면세점 이용, 할인 정보 등의 노하우는 키보드 자판만 두드려도 쉽게 알 수 있다. 전혀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을 담은 책에 이 책의 제목에서처럼 10원도 아끼려는 사람들이 과연 지갑을 열지 의문이다. 그러므로 책의 제목이 오히려 이 책의 구매를 막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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