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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인이 전하는 동심의 세계

by 푸른바람꽃 2010. 3. 30.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저자 김용택  그림 김세현  
출판사 문학동네   발간일 2010.03.10
책소개 세상의 모든 어른아이들을 위한 섬진강 시인의 따스한 인생수업! 2008년 8월, 38년의 세월 동...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김용택 작가의 신작이 김세현 화백의 따뜻한 그림과 함께 우리 곁에 찾아 왔다. 시인이자 선생님이었던 저자는 2008년 교단을 떠났다. 그리고 그가 교단을 떠나기 전까지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지내온 일상의 단편들을 적어 놓은 글을 모아놓은 작품집이 바로 이 책이다. 시인이 쓴 산문들을 읽다보면 여느 글들과 달리 산문임에도 그 속에서 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김용택 작가의 산문에도 그러한 시의 정취가 가득하다.

 

제목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이들의 동심을 동경한다. 어쩌면 아이들의 그 순진무구함을 경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비해 나는 가끔 요즘 아이들이 너무 영악하다고 생각했었다. 다양한 매체의 영향으로 동심이 훼손된 결과인 것도 같았고, 도시의 아이들이라 더욱 그런 것도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들의 모습을 한참동안 관찰해 보면 역시 애들은 애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기도 한다. 저자의 글에서도 그런 내용이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이 변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그 또래에서만 품을 수 있는 순수함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것은 어른들의 생각을 뛰어 넘는 것들이었다. 이 책에서 아이들의 동심을 엿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작품들은 김용택 작가의 제자들이 직접 쓴 동시와 일기들이었다.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에는 김용택 작가의 산문과 시, 아이들의 시와 일기, 그리고 애들다운 재밌는 답변들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의 산문들 중에는 간혹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특히 도입부에서 변질되고 있는 꿈과 장래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돈 잘버는 직업,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 우리의 꿈과 장래희망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을 저자는 시원하게 꼬집고 있다. 직접 교단에 선 선생님으로서 이러한 세태는 충분히 염려스럽고 탄식할 일일 것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교육계의 무사안일주의, 정치권의 대립과 반목, 분단 국가의 아픔, 농촌의 조손가정 문제 등 그가 경험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짧은 글에 담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 글을 통해 나는 내가 알던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김용택 작가의 사람됨까지 엿볼 수 있었다. 비단 이 책에 실린 글로서 저자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으나 이런 에세이만큼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책도 드물다. 따라서 이런 솔직담백한 글일수록 그 사람을 가장 잘 비추는 깨끗한 거울과 같다.

 

한 때는 막연히 어느 시골 초등학교의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도시 생활에 찌들어 살지 않아도 되는 시골 생활의 여유로움만을 동경한 결과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생계와 직결된 생활이 되고나면 그 곳이 어디든 치열하지 않는 삶이란 없는 법이다. 김용택 작가도 교단에 서 있는 동안에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아이들과 부대끼며 하루 하루를 살았을 것이다. "제발 오늘은 아이들과 싸우지 마라"는 아내의 당부를 들으며 출근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곁을 떠나게 됐으니 저자의 심정이 오죽 했을까.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이별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 책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눈과 마음에 담은 제자들을 향한 저자의 사랑고백과도 같다. 그리고 그 사랑과 그리움이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으리라 생각한다. 변덕스러운 날씨때문에 아직도 봄을 느끼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어느새 마음 구석구석까지 온기로 채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