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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아이들 - 어른들의 욕망에 짓밟히는 아이들의 인권

by 푸른바람꽃 2010. 4. 12.

어둠의 아이들

저자 양석일  역자 김응교  원저자 梁石日  
출판사 문학동네   발간일 2010.04.05
책소개 아이들이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선 에이즈로 죽거나, 장기를 이식하고 죽는 길 뿐이다! 일본 사회를 ...

어쩌자고 나는 겁도 없이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일까? 책을 손에 들자마자 애써 표지와 띠지의 그림을 무시하고 바로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몇 장 읽기도 전에 나는 책을 손에서 놓고 싶었다. 충분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 비해 이 책이 묘사하고 있는 충격적인 내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더이상 읽고 싶지 않았고, 읽고 나서 그 현실을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애시당초 모르면 아예 없는 일로 느껴지는 것처럼  책을 그만 읽고서라도 무서운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어둠의 아이들>의 내용을 알게 됐을 때 읽겠다고 마음 먹었던 이유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도움을 줘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이들이 처한 처참한 상황을 인지해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나는 책을 집었다. 그리고 읽는 동안 수백번 분노하며, 끝도 없는 절망과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려야 했다.
 
<어둠의 아이들>은  재일교포 소설가 양석일의 작품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동명의 영화가 일본에서 제작되었고 그 영화의 국내개봉에 맞추어 원작 소설도 한국에서 출간된 것이다. <어둠의 아이들>은 타이,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스트리트 칠드런(거리의 아이들)의 인권이 유린되는 현장을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 부모에 의해 여덟살의 센라는 만이천 바트와 위스키 한 병에 인신매매범에게 팔린다. 만이천 바트... 한화로 416,520원이었다. 센라의 부모는 이것이 효도이며, 무조건 아저씨 말에 잘 따르라고 이른다. 그 순간부터 센라는 죽은 것과 다름 없었다. 무방비 상태로 짐승들의 손에 던져진 센라는 숨만 쉬었을 뿐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초등학교 1학년에 불과한 어린 소녀가 사창가에 팔려가서 겪게 되는 그 더럽고 추악한 일들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 고통 속에서도 아이는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언젠가는 부모님이 데릴러 올 거라는 헛된 믿음과 이곳에서 도망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부질없는 희망이 센라에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센라를 그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올 방법은 없었다. 센라와 같은 아이들은 수 천, 수 만명에 이르고, 이를 단속하고 처벌해야 할 군과 경찰 등은 포주들과 금품으로 결탁되어 있었다. 그리고 정부도 허울 뿐인 법을 만들어 놓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아동성매매의 고객 대부분이 선진국의 관광객들이기때문에 외교적 마찰과 관광 저조를 두려워한 나머지 범법행위마저 묵인한다. 따라서 아이들을 책임지고 보호해야할 부모가 아이의 손을 놓는 순간 그 애들을 보호해줄 사람은 더이상 없다.  
 
<어둠의 아이들>에서는 그래도 끝까지 아이들의 인권 유린 현장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이 아이들을 구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NGO 단체가 등장한다. 한 두 명의 아이를 돈을 주고 사온다고 해서 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그들은 계몽운동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려 애쓴다.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답답한 노릇이지만, 결국에는 그 방법 밖에 없어 보였다. 전반부에서는 아동성애자들에게 성 노리개 취급 당하는 아이들의 문제가 등장하고 중반부에서는 그렇게 농락당한 아이들이 에이즈에 걸려 쓰레기처럼 비참하게 버려지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면 아동장기밀매 문제가 대두된다.
 
아동 장기 밀매는 정이현 작가의 <너는 모른다>에서도 잠깐 등장했던 문제였는데, <어둠의 아이들>에서도 아동 인권 유린의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한다. 건강하게 살아있는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을 뺏기고 죽어야만 한다니 너무 끔찍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른들이 두 손 놓고 바라보는 동안 아이는 죽어서도 온몸이 해채되어 기계 부품처럼 다시 곳곳으로 팔려나갔다. 이런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디에선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도 도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깜깜한 현실이 답답했다. 언제까지 이 아이들을 어둠 속에 방치해 놓을 것인가? 나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대체 뭐가 있을까? 답이 없는 질문들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책의 마지막까지 밝은 희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다만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작은 희망의 불씨만 남겨 놓았다. 그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해서 아이들에게 드리운 어둠을 몰아내고 싶다. 그런데 그런 희망을 갖게 하는 메세지를 나는 이 작품의 영화 예고편 마지막 문구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당신이 이 영화를 마주할 용기를 가지는 것,
그것이 이 아이들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영화 '어둠의 아이들' 예고편 中) 
 
그렇다. 이 끔찍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마주할 용기를 내는 것부터가 이 아이들을 돕는 첫 걸음이다.
그리고 그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갸날픈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빛의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길 바라며, 그렇게 될 것을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