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고르의 중매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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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일에 쫓겨 책 읽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런데도 읽고 싶은 책이 나타나면 욕심을 부리게 된다. 결국 수면시간을 할애해 책을 읽고 있는데, <페리고르의 중매쟁이>도 그렇게 무리하며 읽은 작품중 하나다. 그러나 이 작품의 재미와 유쾌함은 부족한 잠에 대한 불평도 쏙 들어가게 한다.
<페리고르의 중매쟁이>는 기자였던 저자 줄리아 스튜어트의 첫 장편소설이다. 그런데 책을 읽는 중에도 마치 프랑스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평소 책만큼이나 영화도 좋아해서 프랑스 영화도 종종 보게 된다. 그 중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멜리에'와 유명하진 않아도 나는 꽤 재밌게 본 '미남이시네요(Je Vous Trouve Tres Beau, You Are So Beautiful, 2005)'라는 작품을 연상시키는 묘한 분위기와 느낌이 있다.
이 책은 대강의 줄거리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랑스 남서부의 '아무르 수르 벨르'라는 작은 마을에서 20년 가까이 이발사로 일해온 기윰 라두세트 씨는 마을 사람이들 점차 나이가 듦에 따라 대머리가 되어가자 이발소를 폐업하고 그곳에 핑크빛 페이트를 칠한 후 '마음의 욕망'이라는 중매 사무소를 개업한다. 스스로 이발사에서 중매쟁이로 전업한 기윰 라두세트는 그의 친구와 이웃 등 마을사람들을 고객으로 영입해 서로를 소개시켜주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런 얼렁뚱땅식의 중매가 좋은 결과를 낼 리 없다.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데이트를 이어가는 마을 사람들의 우스꽝스런 상황은 저절로 웃음을 자아내며, 기윰의 중매와는 별개로 엉뚱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도 등장함에 따라 이야기는 재밌게 얽히기 시작한다.
문제는 정작 기윰 자신도 26년 전 떠나보낸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독신남이라는 것!! 그런데 그렇게 떠난 첫사랑 그녀-에밀리에 프레세-가 불행했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기윰의 마음도 다시 설레기 시작한다. 하지만 에밀리에가 기윰의 고객으로 찾아오고 기윰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채 엉뚱한 사람을 소개시켜주면서 둘 사이는 다시 꼬이게 된다. 전전긍긍 속앓이를 하는 기윰의 심정은 저자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잘 표현되어 있으며, 기윰과 에밀리에의 사랑이야기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사랑찾기는 제 각각 색다른 향기를 품은 꽃과 같았다. 특히 이 작품의 장점은 앞서 말했듯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상세한 저자의 상황 및 심리 묘사에 있다. 따라서 책을 읽으면서 머릿 속에서는 충분히 그 장면을 상상으로 그려볼 수 있어서 책의 재미를 더해 준다.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작은 시골 마을에서 중매쟁이로 전업한 이발사 덕분에 벌어지는 소동들은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유쾌하고 재밌다. 그 와중에 서로 마음을 숨기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책에서 들려주는 이 마을의 분위기로 보자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작품의 시대는 분명 현대라는 거... 하지만 가끔 자동차가 등장하는 것마저도 나는 어색했다. 빠르게 변화하고 신제품들이 쏟아지는 요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한 템포 느릿듯한 과거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이 작품은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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