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놀이 (양장) 조정래 | 해냄출판사 | 2010111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조정래 작가의 작품을 다시 읽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우연찮게도 마지막으로 읽었던 작품이 <불놀이> 속 소제목과 같은 <인간연습>이었다. 그래서 <불놀이>의 목차를 보고는 그 때 읽은 <인간연습>을 비롯한 중단편들을 묶어 놓은 책인가 했는데, 사실 이 작품은 1982년에 발표한 네 편의 중편을 <불놀이>라는 연작 장편으로 묶은 것이었다. '불놀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생의 열정과 함께 허망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이 소설은 한 인물이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휩싸여 그것이 마치 자신의 한풀이를 정당화 하는 대의명분인 양 살생을 서슴지 않았던 결과가 29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금 자신의 삶을 위협해 온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배점수(황복만)는 봉건적 신분질서로 인해 대대로 지주 계급인 신씨 일가에 의해 핍박받는 삶을 살아온 자였다. 억압과 가난에 짓눌려 살던 그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소위 '빨갱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배점수가 살던 마을까지 침투한 다음 부터다. 괭이를 만들던 대장장이는 사람을 찔러 죽이는 창을 만들게 되었고, 그 창으로 무려 38명의 목숨을 빼앗는다. 겉으로는 성난 민중들의 봉기처럼 보였지만 이 잔인무도한 행위는 실제로 배점수의 억압된 분노와 한의 표출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복수극은 결국 아무 죄 없던 아내의 목숨까지 앗아갔고, 다섯 살 난 아들은 행방불명이 되고 만다. 이를 계기로 더이상 살인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배점수는 조직에서 이탈하고, 전후 혼란을 틈타 황복만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지난 29년간 한 번도 불린 적이 없던 '배점수'를 찾는 의문의 사내가 등장하면서 그의 삶도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전화를 건 의문의 남자는 별다른 행동을 취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같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 29년 전의 일을 들춰낼 뿐이었다. 하지만 배점수에게는 과거 그 자체가 치명적인 약점이자 시시각각 그의 목을 죄는 올가미와 같았다. 과거의 행적이 들통날까 두려움에 떠는 황복만... 거짓의 삶은 언제든 작은 충격만 가해져도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래성과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의 한풀이는 또 다른 누군가의 한이 되어 그 자신에게 되돌아왔다. 이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한(恨)은 계속 세습되어질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화해와 용서만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시사하고 있다. 시대적 아픔에 한 인물의 개인사를 절묘하게 결합한 <불놀이>는 역시 조정래 작가라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으며, <태백산맥>이나 <아리랑>과 함께 한국 근현대사를 재조명하고 있는 또 다른 느낌의 잊지못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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