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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일기

by 푸른바람꽃 2011. 5. 11.
허수아비 일기 허수아비 일기
싼마오, 이지영 | 좋은생각 | 201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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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마오의 작품은 <허수아비 일기>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사하라 이야기>, <흐느끼는 낙타>를 읽어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허수아비 일기> 출간 소식에 반가워 하는 듯 했다. 직접 <허수아비 일기>를 읽고 나니 나도 싼마오의 글이 갖고 있는 매력을 십분 이해하게 됐다. 솔직하고 위트 넘치는 그녀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허수아비 일기>의 제목을 설명하는 글에서처럼 이 작품은 싼마오와 그의 남편 호세가 사하라 사막을 떠나 카나리아 섬에서 신혼 생활을 이어가던 때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싼마오의 신혼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녀의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책 속의 책처럼 함께 실려 있었다. 외국의 기숙학교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동안 경험하게 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싼마오는 자신의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게 된 어른 싼마오의 성격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가상의 적'으로 지칭한 시어머니와의 관계 형성은 싼마오의 넘치는 유머 감각을 제대로 보여주는 글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제 막 결혼한 새색시들은 '사랑하는 시어머니의 탄생'을 읽으며 꽤 많은 부분에서 공감과 통쾌함을 모두 느꼈으리라.

 

이어서 카나리아 제도에서 펼쳐지는 싼마오와 호세의 신혼일기는 두 사람이 알콩달콩한 이야기도 있지만 에피소드의 대부분은 그들이 이주해 온 카나리아 제도 현지에서의 생활상이다. 스페인령의 카나리아 섬에는 유독 외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진 웃지 못할 일들에서 가슴 찡한 사연은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인생사를 경험하게 해 주었다. 그 중에서도 꽃 파는 할머니의 지독한 상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것이 그 할머니가 살아가는 방식이겠지만... 호세의 친구 미카의 결혼기에서는 결혼한 남자의 지독한 비애가 물씬 느껴져 미카에게 동정심이 절로 일었고, 가출한 싼마오를 돌아오게 하기 위해 썼던 호세의 방법은 국경을 떠나 집나간 아내를 제 발로 돌아오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영원히 행복하게 살 것 같았던 싼마오와 호세. 그러나 호세도 싼마오도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만다. 두 사람의 죽음을 미리 알고서 읽는 그들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일기라서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더욱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비록 이미 세상에 나와있는 책들 외에는 그녀의 작품을 더이상 만나볼 수 없게 되었지만 싼마오의 온기를 지금 남겨진 유작들에서라도 느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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