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라이프 루이즈 페니(Louise Penny), 박웅희 | 피니스 아프리카에 | 2011063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언젠가 캐나다 퀘백 주에 대한 여행 다큐멘터리를 보며 한 지역에 두 나라의 문화권이 공존한다니 참 매력적인 곳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이 아는 이야기들이 있으리라. 바로 그 캐나다 퀘백 주의 어느 작은 마을 스리 파인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 <스틸 라이프>다.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름을 딴 애거서 상의 최다 수상자인 루이즈 페니의 첫작품이기도 한 <스틸 라이프>는 가마슈 경감 시리즈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남에게 결코 살해 당할 리 없을 법한 노부인 '제인 닐'이 일요일 아침 마을의 숲 속 산책로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러나 검시 결과 그녀의 사인은 심장을 관통해 지난 화살로 인한 사망이었다. 워낙 소담한 마을이라 가족보다 더 가깝게 지내는 이웃들은 그들 사이에 살인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누구보다 다정한 이웃이었던 '제인'이 그 희생자라는 사실에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이 마을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가마슈 경감과 보부아르, 니콜이 파견된다.
미심적은 상황들과 그 중에서도 의심스런 인물들은 이 작품의 중반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되고 있다. 그러나 독자들은 사건이 이렇게 시시하게 해결될 리 없음을 알기에 용의자들이 진범은 아니라는 정도는 쉽게 눈치챌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에서 사건의 해결은 가마슈 경감에게만 의지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것은 '제인'의 죽음에 대해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그녀의 친구들이며, 가마슈 경감은 그들과의 소통으로 점차 범인의 실체에 다가선다.
책의 전체 분량을 보면 이 책의 결말은 정말 짧다. 그러나 결말만 읽는다면 이 작품이 왜 그 많은 상을 수상하고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지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스틸 라이프>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의 피날레를 위해 정말 섬세하게 밑그림을 그린 그림과 같다. 마치 '제인'이 그린 그림에서처럼 '스리 파이스'의 주민들을 모두 꿰뚫어 보듯이 그들이 품은 비밀들을 모두 한 꺼풀씩 벗겨내고 그 알맹이들로 인간의 심리를 포착해 내고 있다.
작품 속 W. H. 오든의 시 "악은 특별하지 않고 언제나 인간적이어서, 우리와 함께 자고 우리와 함께 먹는다. (p.443)"는 구절은 왜 범인이 특별히 나쁜 사람이었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며, 가마슈 경감이 비스트로를 떠나며 이 마을 사람 모두가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못 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를 대신 설명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똑같은 하루, 책의 제목처럼 '정체된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모두 각자의 마음에서는 사랑, 연민, 분노, 슬픔, 상처 등을 고스란히 품고 그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오롯이 품은 채 살아간다. 그러나 그 감정들이 모두 과거라는 잘못된 과녁만을 집착하고, 조준한다면 그 삶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한평생 자신의 그림과 집안 내부를 이웃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던 '제인'이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공개한 그림에서 이야기 하려고 했던 것도 이것이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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