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휴와 침묵의 제국 이덕일 | 다산초당 | 20110712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나라에서 유학자를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지 죽일 것은 무엇인가.”
조선 중기 개혁가이자 사상가였던 백호 윤휴가 사약을 받으며 했던 말이라고 한다. 죽음 직전 마지막으로 글을 남기기 위해 붓과 종이를 잠시 내어달라는 요청 마저 거절 당하고 결국 하고픈 말은 죽음의 침묵으로 대신했던 윤휴. <윤휴와 침묵의 제국>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윤휴'라는 인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국사 시간에 스치듯 이름이라도 한 번 들어봤을 법한데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윤휴'를 침묵하게 만든 시대의 어둠은 쉽게 걷혀 지지 않았었던지 현재까지도 '윤휴'라는 인물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듯 하다. 하물며 그의 후손들마저 아직까지 '윤휴'에 대해 언급하길 꺼리더라는 저자의 글을 보니 대체 어떤 인물이었기에 3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금기시 되고 있는지 궁금해 졌다.
내가 '윤휴'에 대해 아는 것이라는 숙종 때 실세였던 '송시열'과 맞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윤휴'의 삶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서 주류에 역행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성이라고는 인정되지 않았던 조선 시대, '윤휴'는 겁도 없이 대세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남인과 서인의 당쟁이 치열할 당시 윤휴는 벼슬도 마다하고 자신의 학문 세계를 일궈나가던 학자일 뿐이었다. 그런 그가 출사표를 던지게 된 까닭은 중국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조선의 숙원사업이었던 "북벌"을 주장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윤휴'의 북벌론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그친 것이 아니라 국가 제도의 개혁, 전쟁용 수레의 제작 등으로 이어진 실질적인 주장이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송시열을 영수로 한 서인들은 '윤휴'로 인해 크나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기존에 송시열 즉 서인들 역시 북벌을 주장해 왔는데 그들의 북벌론은 임금을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그런데 '윤휴'가 실제로 북벌론을 주장하고 또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서인들은 자신들의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날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한 때 그의 학문을 칭송하기도 했던 송시열이지만 권력을 잃는 것을 죽는 것 보다 더 두려워 하던 그들에게 '윤휴'는 빠른 시간 내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렇게 58세의 나이로 벼슬길에 올랐던 '윤휴'는 불과 5년 후 사문난적, 역적, 실패한 혁명가로 불리며 서인들에 의해 사약을 받아 죽음에 이른다. 조선시대 당쟁에 휘말려 억울한 죽음을 맞은 이가 어디 '윤휴'뿐이겠냐만은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그의 사상과 애민정신, 부강한 나라 조선을 위한 꿈 등을 접하고 나니 330여년이 흘러도 여전히 침묵해야 하는 '윤휴'에 대한 안타까움이 깊다. 주류에 반대되는 생각은 품지도 말고, 혹 품었더라도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된다는 권력 사회의 불문율을 어긴 대가(代價)치고는 너무 가혹하다. 이제는 그를 그만 자유롭게 해도 되지 않을까?
<윤휴와 침묵의 제국>은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윤휴'라는 인물을 비교적 심도있게 조명하면서 과연 송시열을 진정 북벌론자라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아울러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 간주되었던 경직된 조선의 모습을 이 책에서는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사회도 그 때의 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씁쓸한 마음으로 그 의미를 되새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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