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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스팡 수난기 :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

by 푸른바람꽃 2011. 7. 31.
몽테스팡 수난기 몽테스팡 수난기
장퇼레, 성귀수 | 열림원 | 201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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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14세의 여성 편력이야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의 여성 편력이 어디 루이14세 뿐일까. 권력을 쥔 남자들은 마치 그들의 힘을 과시하듯 여자들을 욕망했다. 그리고 이 욕망은 장 퇼레의 <몽테스팡 수난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블랙유머, 다시 말해 웃지 못할 상황에서 쓴 웃음을 짓게하는 작품들로 잘 알려진 장 퇼레는 이 작품으로 당시 절대권력자였던 루이14세와 그에게 아내를 뺏긴 몽테스팡 후작, 그리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남성의 사랑마저도 이용하는 여자 아테나이의 이야기다.

 

<몽테스팡 수난기>는 얼핏 남녀간의 욕망과 한 남자의 자존심 싸움을 이야기 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을 향한 욕구와 그러한 권력 구도 내에서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보여준다. 분에 넘치게 아름다운 아내를 얻고 내키는대로 살던 몽테스팡 부부가 경제적으로 궁핍해 지자 결국 택한 방법은 아내를 궁정 시녀로 들여보내는 것이었다. 그저 가난에서 벗어나 왕실의 덕 좀 보려던 몽테스팡 일가에게 이 일은 비극의 본격적인 시작이 된다. 루이14세의 눈에 든 아테나이는 그녀 자신의 안녕과 풍요로운 환경에 만족해 하고, 처가 식구들마저 딸 덕에 승승장구 하니 이 상황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이는 몽테스팡 후작 뿐이다.

 

몽테스팡 후작의 복수는 마치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것처럼 무모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 복수의 방법도 남자다운 방법이 아니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왕비를 범하려 하질 않나 자신의 아내와 왕에게 성병을 옮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런 일들이 몽테스팡에게는 지극히 심각하고 일생일대 목숨을 건 복수겠지만 이 상황을 지켜보는 독자로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가장으로서의 체면과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끝내 몽테스팡에게 남는 것은 오기와 삶의 회한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만으로 추구했던 이들 역시 허무한 죽음을 맞으며 인간의 탐욕에 대해 씁쓸함을 남긴다.

 

팩션 <몽테스팡 수난기>로 태양왕 루이14세 시대를 눈에 그린 듯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작품을 읽으며 의외의 수확이었다. 눈에 보이는 겉치레에 치중하면서 그들의 실생활을 더럽고 냄새나는 오물로 뒤덮혀 있는 상황은 하이힐의 탄생 비화와 맞아떨어지며 마치 귀족들의 양면성을 빗대어 묘사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무분별한 권력층의 생활과 그와 반대로 궁핍한 생활로 고통받는 평민들의 모습은 장차 벌어질 프랑스의 대혼란을 암시하고 있다. 장 퇼레의 작품으로는 처음 접하게 된 <몽테스팡 수난기>! 그가 어째서 블랙유머의 대가로 불리는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남자의 개인사와 시대의 역사를 절묘하게 엮어 그는 우리에게 쓴 웃음과 반면교사의 가르침도 주고 있으니.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