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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by 푸른바람꽃 2011. 7. 31.
츠나구 (양장) 츠나구 (양장)
츠지무라 미즈키, 김선영 | 문학사상사 | 201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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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무는 내용을 소재로한 책, 영화, 드라마를 종종 봐 왔었다. 그 중에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같이 두고 두고 기억에 남는 작품들도 있었고, 최근까지도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히어애프터"나 드라마 "49일" 등과 같이 비슷한 소재의 판타지 작품들이 있어왔다. 그래서 이 주제는 식상해질 법도 한데 희안하게도 볼 때마다 사람을 잡아끄는 마력을 지닌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살아있는 자들에게 사후세계는 영원히 미스터리한 세상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데 이러한 이승과 저승의 이야기가 이번에는 일본의 신예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에 의해 <츠나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찾아왔다. 책의 띠지에 적힌 내용 태반이 다분히 독자를 현혹하기 위한 광고성 문구라는 것은 알지만 <츠나구>는 어쩐지 마지막에 드러날 단 하나의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 꼭 알아보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츠나구>는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다음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작품 속 '츠나구'는 산 자와 죽은 자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주는 사자(使者)를 부르는 명칭이다. 이 '츠나구'의 첫 등장은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나 독자 모두에게 의아함을 던져 준다. 워낙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현실이라 말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츠나구'에게 죽은 자와의 만남을 의뢰하고 이들은 만남의 규칙과 주의 사항을 들은 후 정말로 다시 볼 수 없으리라 믿었던 사람들과 놀라운 재회를 한다. <츠나구>에서는 이러한 각기 다른 네 번의 만남을 연작소설 형태로 전개하고 있으며 마지막 다섯 번째 이야기는 '츠나구' 그 자신에 대한 사연으로 마무리 된다.

 

죽은 자와의 만남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던 여자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고, 자신의 일방적인 결정에 내내 죄책감을 안고 있던 아들은 마음의 짐을 덜어낸다. 그리고 사춘기 소녀의 이기심은 그녀에게 더 큰 상처와 후회가 되어 되돌아오고, 차마 끝낼 수 없던 사랑은 오랜 세월이 흘러 비로소 완성된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츠나구'의 임무를 맡게 된 아유미도 '츠나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차츰 자신의 내적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마침내 단 하나의 진실은 드러나고, 아쉽지만 이 진실은 결론부에 이르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기에 크게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그 나름의 감동과 여운은 충분히 전해 준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마지막의 진실 하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보다 앞서 펼쳐지는 네 가지의 이야기에 모두 하나씩 놀라운 진실이 숨겨져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작품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츠나구>를 다 읽고 나자 문득 알프레드 디 수자(Alfred D'Souza)의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이란 시구가 떠올랐다. 이 구절은 주로 나 자신을 추스를 때 되뇌이곤 했었는데 이번만큼은 나 자신이 아닌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 소중한 그 사람에게 차마 못 다한 말이 있다면 시간은 그것을 기다려 주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기적처럼 우리에게도 '츠나구'가 나타나 주지는 않을 것이므로... 

 

<츠나구>는 실로 오랜만에 추천해 주고픈 일본 소설이었으며, 앞으로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작가의 이름은 기억해 두어야겠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