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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비탈진 음지

by 푸른바람꽃 2011. 8. 29.
비탈진 음지 (양장) 비탈진 음지 (양장)
조정래 | 해냄출판사 | 201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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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이나 요즘이나 지방에서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결국 주변의 친구들도 고향을 떠나 서울이나 타 지역으로 취업을 위해 떠난 경우가 수두룩 하다. 명절이나 되어야 한 번씩 얼굴을 보게 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역시나 타향살이는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불쑥 불쑥 생각나는 가족들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향수병이 되기도 하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정이 들지 않는 서울이란 땅을 언제쯤 떠날 수 있을까 아직도 그 생각 뿐이라고 한다. 과연 내 친구들은 다시금 내가 머무는 이 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 때는 언제쯤일까?

 

조정래 작가의 <비탈진 음지>는 1960년대 급격히 진행된 도시화로 무작정 상경한 복천 일가를 통해 이른바 '무작정 상경 1세대'의 애환을 들려준다. 그런데 요즘도 구직난 때문에 이렇듯 서울로 무작정 떠나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하다. 작가가 이야기 하는 '무작정 상경'은 비단 반 세기 전 과거의 일만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이 작품은 조정래 작가가 과거 발표한 적 있던 중편 <비탈진 음지>를 개작하여 장편으로 다시 발표한 책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돋보기로 들여다 보는 듯하지만 그의 인생 너머로 보여지는 한 시대를 통찰하는 듯한 저자의 글을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가난한 농사꾼이었던 복천은 그나마 남은 논 마지기마저 아내의 병원비로 모두 쓰고 결국 남의 소를 팔아 아들, 딸과 함께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온다. 배운 것이라고는 농사 짓는 기술 밖에 없었으니 서울에서도 살 길이 막막했던 복천. 천만다행으로 마음씨 좋은 같은 고향 출신의 떡장수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판자촌에서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맨 몸으로 하는 벌이가 괜찮을 리 없었다. 막노동에 지게꾼, 땅콩장사 등 살려도 발버둥치는 복천에게 서울은 매정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나마 의지하던 떡장수 아줌마 가족은 연탄가스로 비명횡사 하고, 복천은 칼갈이꾼이 되어 매일 목이 찢어져라 “카알 가아씨요. 카알 가아씨요.”를 외치며 살아간다.

 

콜라 한 병만 마시면 칼칼한 목이 씻어 내린 듯 뚫리고 갈증이 가실 것 같은데 그는 단돈 50원도 아까워서, 그 돈으로 아들에게 사줄 수 있는 연필과 공책이 생각나서 꾹 참는 복천은 가난한 아버지의 애달픈 모습 그 자체이다.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복천도 서울 사람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그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는 행동도 하게 되지만 복천의 이런 변화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인 듯 하다. 가진 자에게 핍박 받고 가난 만을 대물림해야 하는 고향을 떠나 잘 살아보겠다고 서울로 왔지만 서울에서의 삶 역시 고향에서의 가난 못지 않게 고통스럽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 서울에서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이들의 비극은 지금의 농촌과 서울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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