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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감추고 있다

by 푸른바람꽃 2009. 11. 15.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감추고 있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반영이며,

나타나는 현상들은 나타나지 않은 진실의 그림자일 뿐이다.

 

- 뿌리 깊은 나무 1권 中 -

 

 

조선의 위대한 왕을 한 명만 꼽으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세종대왕을 떠올릴 것이다.

조선 =  세종대왕이라는 공식마저 어색하지 않을만큼 세종대왕의 업적은 가히 놀랄만 하다.

 

그와 장영실이 만들어낸 수많은 발명품들...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지금 내가 이렇게 듣고, 말하고 쓰는 이 '한글' 창제에 있다.

 

그러나 언제가 부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세종대왕이 했다는 그 위대한 업적 중에 정작 그의 기여도는 얼마나 될까...

실상은 수하의 신하들이 생각해내고 만들었을 뿐인데, 그 당시 왕이 세종대왕이었기 때문에

그가 각광받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얄궂은 생각이 내 머리 속을 파고 들었다.

 

그러던 차에 평소 눈여겨 보아둔 뿌리 깊은 나무를 읽게 되었다. 

평소 좋아하는 추리와 스릴러가 적절히 믹스된 국내 소설~

책의 카피까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누가 왕의 학사들을 죽였나?"

 

두근두근... 입맛을 확~ 자극하는 이 강렬한 메세지!

 

근데 1권에서 이야기는 사건의 추리와 맞물려 마방진이라는 미스테리한 숫자 조합을 

함께 끼워 넣고 있다. 그 속에는 음양 오행이 있고, 완벽한 합일이 있으며, 결국엔 우리 한글의 원리,

나아가 경복궁 내 각종 건축물의 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의 근간을 이룬다.

 

결론적으로  이 책이 주는 긴장과 서스펜스 면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이런 장르의 소설은 다음의 내용이 궁금하고, 내 머리 속에서는 뇌가 지속적으로 범인을

추적해 갈 수 있도록 해 줘야 제 맛인데, 이 책은 그저 현상을 나열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2권에서 흐지부지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도 썩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은 바로 한글의 위대함에 있다.

한글이 당시 숱한 방해공작들로 인해 결국 만들어 지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의 삶은 과연 어땠을까?

상상조차 힘들다.

 

또한 세종대왕이 거저 먹었을 지도 모른다는 나의 엉뚱한 생각에도 일침을 가하듯

소설 속의 세종대왕은 부단히도 한글을 만들기 위해 몸소 노력하신 흔적이 엿보여 뿌듯했다.

 

국어시간, 시험에 나온다며 그렇게 분석하듯 외웠던 용비어천가도 다시 보이고,

우리의 한글은 위대해... 라며 보다 긍지를 갖고 한글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럼 다시 보는 용비어천가... 잠시 감상해보자!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뮐쌔 곶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 용비어천가 2장 -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그치지 않고 솟아나므로,

내가 되어서 바다에 이르니.

 

이 부분을 다시 읽으며, 죽음도 불사하고 굳은 의지를 보여준 집현전 학사들...

그들이 곧 뿌리 깊은 나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뿌리 깊은 나무...

심지 굳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