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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슬픈 예감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by 푸른바람꽃 2009. 11. 15.

 

 

 

민음사에서 이 책을 간략히 소개한 내용을 봤을 땐 제법 충격적인 러브스토리였다.

자신의 남동생과 사랑하게 된다는 센세이션한 그 내용에 호기심이 일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이제 낡아빠진 듯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드라마, 책 등에서 매번 우려먹는 이유 또한 그런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욕구가

우리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대 후반에 들어서 탐독하게 된 일본 여류 작가가 에쿠니 가오리라면,

20대 초반에 닥치는 대로 읽어나갔던 일본 여류 작가는 요시모토 바나나였다.

 

키친, N.P, 티티새,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럭, 하치의 마지막 연인 등...

도서관을 헤매다 결국 보고 싶던 책을 건지지 못할 땐 주저 없이 내 발길은

요시모토 바나나 코너로 향했고 그녀의 책을 집어 들었다.

 

대학 졸업과 함께 사회인이 되면서 요시모토 바나나도

캠퍼스의 낭만과 함께 기억 저편으로 멀어져 갔다.

 

대학 졸업 후 처음인 것 같다.

그녀의 책을 다시 읽는 것...

 

주인공 야요이는 간혹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 기억을 잃은 걸까...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있어도 혼자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던 그녀는 습관적으로 가출을 한다.

 

그리고 찾아간 곳이 이모네 집... 무질서한 그곳에서 잠시 숨통이 트이는 야요이.

그리고 뒤늦게 자신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책 표지에 짧게 소개된 <슬픈예감>에선 마치 남동생과의 사랑이야기가 이 책의 전부인 듯 느껴졌지만,

막상 책을 보면 그런 내용은 입맛을 살짝 돋우는 달콤한 양념에 지나지 않는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화살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요약된다.

 

곰곰히 나도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 거려 보았다.

이상하리만치 또렷한 내 어린시절의 기억을 되짚어 보면 난 대략 서너 살 때의 기억까지 갖고 있다.

그 날의 날씨와 상황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들었던 말까지 모두 어제일처럼 선명한 것도 있다. 

다만 내 기억력의 치명적인 약점은 잡다한 것들은 잘 잊는 다는 점이다.

그래서 읽었던 책도... 재밌게 본 영화도... 시간이 흐르면 제목만 떠오를 뿐이다.

 

내가 앞서 열거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저서들...

분명 제목을 보니 다 읽은 책들인데도 그 내용은 하나도 기억 못하는 몸쓸 기억력때문에

문득 요시모토 바나나가 더욱 그리워 진다. 그녀를 다시 만나면, 다시 캠퍼스 새내기였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