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빌라 연애 소동 (양장) 미우라 시온(三浦しをん), 김주영 | 은행나무 | 20111114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그간 미우라 시온의 작품들을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으나 때를 놓치니 책을 놓치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의 이름은 기억 속에 꼭 붙들고 있었던 덕분인지 그녀의 또 다른 작품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으로 그녀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됐다. 재밌는 연애소설인가 싶다가도 이 책을 꾸미는 말에 등장하는 "성(性)", "섹스" 등의 단어들이 자꾸 신경을 자극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우리사회의 정서 상 드러내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운 주제를 가지고 작가는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이런 호기심을 안고 읽기 시작한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풀어놓는 그들만의 따뜻하고 풋풋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낡고 허름한 2층의 목조건물, 고구레빌라에는 101호에 건물주인인 고구레 씨가 살고 102호, 201호, 203호에는 각기 3가구의 세입자가 살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203호에 사는 마유의 삼각 로맨스로 시작된다. 3년 동안 소식도 없던 전 남자친구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현재의 애인과 과거의 애인이 마유와 함께 한 공간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긴장감이 흘렀던 세 사람의 삼자대면, 그러나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과 왠지 모를 편안함이 기묘한 동거를 가능케 했던 것이다. 그리고 203호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일흔이 넘어 갑자기 성적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 고구레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이를 먹는다 하여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닐텐데 쉬쉬하며 남부끄러운 일로 치부되는 노인의 성(性)에 대해 솔직하고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고구레 빌라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 근처를 지나는 애견 미용사 아가씨의 이야기, 남편이 내려주는 커피맛으로 그의 외도를 짐작하는 아내의 이야기, 102호에 혼자 사는 여대생을 비어있는 202호로 숨어들어 바닥의 구멍을 통해 몰래 훔쳐보는 201호의 회사원 이야기, 양다리를 넘어 3명의 남자와 동시에 사귀던 102호 여대생의 뜬금없는 육아 이야기, 다시 첫번째 이야기에 등장했던 마유의 3년 전 남친과 그와의 동거를 제안하는 의문의 여자의 사연 등 각기 다른 7편의 이야기가 고구레빌라를 중심으로 짧지만 강렬하게 그려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처음에는 모두 특이하고 별난 사람들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그들도 그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일 뿐임을 깨닫게 된다. 갑자기 삼각관계에 놓이게 된 여자처럼 과거의 애인과 현재의 애인 사이에서 아주 잠깐 흔들릴 때도 있고,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원초적인 본능으로 증명하고픈 노인의 심정이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몰래 훔쳐보고 싶은 욕구 등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아무 문제 없이 사는 것만 같은 타인들의 겉모습과 달리 사실 집집마다 들여다 보면 사연없는 집이 없다고들 한다. 겉보기에는 평온하기만한 고구레빌라에도 집집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음을 저자는 7편의 단편 연작들로 보여주었다. 미우라 시온의 작품색이 어떠한지 이 한 권의 책으로는 파악할 수 없지만,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으로 알게된 그녀는 타고난 이야기꾼임에 틀림없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으나,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담은 진솔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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