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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줄리엣

by 푸른바람꽃 2012. 2. 4.
줄리엣 1 줄리엣 1
앤 포티어(Anne Fortier), 서현정 | 노블마인 | 20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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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사랑의 주인공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을 빼놓을 수 없다. 원수 집안의 두 남녀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게 되지만 죽음도 이들의 사랑을 갈라 놓을 수 없었다는 내용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세월이 흘러도 전세계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음악,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각종 장르의 예술 작품에 영감을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허구의 인물로만 생각했던 이들이 실존 인물이고, 그들의 슬픈 사랑이야기 역시 실화라면 어떨까? 앤 포티어의 소설 <줄리엣>은 꽤 근거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러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기존에 알고 있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배경도시, 등장인물 간의 관계나 상황 등은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먼저 이탈리아 베로나가 아닌 시에나가 배경이고 주인공 줄리엣도 줄리에타 톨로메이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등장하며 그녀가 쌍둥이 자매였다는 내용도 새롭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현재와 과거(1340년)를 교차하며 전개되는 속에서 1340년의 로미오와 줄리에타의 사랑이야기가 베일을 벗는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는 캐플릿가의 줄리엣이 원수 집안 몬테규 가의 로미오와 사랑에 빠지지만, 이 책에서 줄리에타가 사랑에 빠진 남자는 우연히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준 마레스코티 가문의 로미오였으며, 줄리에타의 가문 톨로메이와 원수 집안은 살림베니 가문이었다. 그리고 줄리엣과 로미오의 사랑을 방해하는 이는 다름 아닌 줄리에타의 가족을 모두 학살한 살림베니 가문의 수장이었고, 두 남녀의 목숨과 사랑은 위험에 빠진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은 과거의 줄리에타와 같은 이름을 가진 톨로메이 가문의 후손, 현대의 줄리에타가 이모할머니의 유언으로 찾게된 엄마의 유품으로 하나씩 밝혀 지게 된다.

 

이 책에서는 과거나 현재 모두 고풍스럽고 이국적인 시에나의 풍경들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잘 묘사해 놓았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시에나의 거리를 누비고 노천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오래된 성이나 건물 등을 돌아다닐 때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모습들이 눈 앞에 그려진다. 곧 영화화 된다고 하니 모르긴해도 책을 통해 상상으로만 보았던 풍경을 스크린으로 다시 보면 그 감회가 무척이나 새로울 것 같아 벌써 기대된다. 여하튼 과거의 이야기에서는 철천지 원수와의 정략결혼과 살인 누명을 쓴 로미오의 위기가 극적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으며 현대에서는 엄마가 모아둔 자료와 마에스트로 암브로조의 일기 등을 바탕으로 1340년에 줄리에타가 받은 두 보석이 박힌 동상을 찾기 위한 모험과 줄리에타 부모님의 의문스런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그 속에서 현대의 줄리에타는 살림베니 가문의 알렉산드로와 미묘한 감정에 빠져드는데 이들의 로맨스 또한 책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1권에서는 전반적으로 사건의 주변만 맴돌 뿐 뭔가 뚜렷하게 드라나는 것은 없었다. 곳곳에 의혹만 가득했다고 할 수 있는데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쌍둥이 자매가 과거의 일기와 엄마의 유품,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 등을 토대로 보석을 찾고 더불어 부모님의 죽음에 어떤 음모가 있었는지 파헤치는 과정이 전개된다. 또한 오해가 있었던 줄리에타와 알렉산드로의 관계도 진전을 보여서 개인적으로는 2권이 더 재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340년대의 이야기 보다도 현대의 이야기가 구미에 맞았다. 과거의 저주가 되풀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에서는 주인공들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결말을 맺는다. 그 속에서 작가는 마지막 반전도 놓치지 않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작이 따로 있다는 의문에서 시작해 오랜시간 역사와 문학을 파헤치고 그것을 토대로 이렇게 흥미로운 소설을 완성해 낸 작가의 노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앞으로는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 못지 않게 앤 포티어의 <줄리엣>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를 바라며, 가까운 미래에 이 작품이 영화로 개봉되면 소설 <줄리엣>은 원작소설로서의 가치를 더욱 인정받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소설 <줄리엣>은 '어쩌면 이것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진실이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제기해 준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으나,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담은 진솔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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