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러진 화살 서형 | 후마니타스 | 20120125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최근 극장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부러진 화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 하지만 감독은 동일한 사건을 심도 있게 다룬 동명의 르포르타주 <부러진 화살>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의 존재를 이번에 개정판이 출간된 후에야 알게 되었고, 잊혀졌던 '석궁 사건' 속으로 한 걸음 다가가게 되었다. 이미 사건의 피의자인 김명호 교수는 당시의 사건으로 4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지난 2011년 1월 만기 출소하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 끝난 사건인데 감독은 굳이 이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사건의 풀리지 않는 의문, 석연치 않은 판결이 가리키고 있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실을 그는 국민들에게 고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2007년 1월 15일, 김명호 교수는 자신의 직위확인 소송 판결에 불만을 품고 재판을 담당한 재판장 박홍우 판사의 자택을 찾아가 석궁 화살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박 판사는 1.5cm 깊이의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고 김 교수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수감된다. 이 날 언론에서는 사법부에 정면 도전하였다며 이 사건을 이른바 '석궁 테러'로 부르기 시작했고, 사법부에서는 김 교수를 일벌백계하기로 한 듯 보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사건과 재판에 대해 계속 의문을 제기했지만 그 마저도 김 교수의 형량이 최종 확정된 후에는 잠잠해 졌다. 그렇게 이 사건은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었는데, 영화로 재현된 당시의 사건이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2007년에 있었던 이 사건은 마치 엊그제의 일처럼 회자되고 있다. 특히 김 교수의 교수지휘 확인 소송에는 두 명의 배석판사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인 이정렬 판사가 당시의 재판합의문을 최근 공개하면서 그는 6개월 정직처분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야말로 이슈의 중심에 있는 '석궁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나마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뉴스로만 사건을 접한 사람들보다야 낫겠지만 영화보다 더 치밀한 이야기가 오간 곳은 다름 아닌 서형의 <부러진 화살>이었다.
이 책은 첫 문장부터가 매우 의외의 내용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건 당사자인 김 교수는 이 책을 그리 탐탁치 않아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책을 쓸 수 없었기때문이라는데 그녀의 짧은 서문만 읽어봐도 이 책은 단순히 김 교수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한 책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녀가 책에서 이야기 하려고 한 바는 김 교수의 사건을 통해 바라본 대한민국 사법부의 허와 실이었다. 이것을 저자는 김 교수의 재임용 탈락과 교수지위 확인 소송 과정 및 판결, 그로 인해 그가 벌인 '석궁 시위'-김 교수는 이 사건을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로 받게 된 재판의 과정과 판결 등을 세세히 기록하며 들춰내고 있다. 김 교수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만인에게 평등한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가 사건을 제대로 보려하지 않고 주먹구구식 증거 채택과 끼워맞추기식 수사 결과에 손을 들어준다면 그 누가 사법부를 믿고 의지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법 앞에 불평등을 경험하고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엘리트 집단에 속했던 교수조차 그의 대응만으로는 미약하기 이를 데 없는데, 평범한 서민들은 강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의 희생양이 되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다. 책에서는 김 교수와 비슷한 시기에 법원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인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나온다. 그들의 하소연을 듣고 있다보면 그 방법을 잘못되었을지언정 석궁을 들고 판사의 집 앞까지 찾아간 김 교수의 심정만큼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재판장과 피고인 김명호 교수의 치열한 공방과 피고인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내놓는 다양한 의견들은 결국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에게 유죄를 선고 했다. 무조건 법대로 하자는 법치주의와 원칙주의를 고수했던 김 교수에게 법은 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것, 그것마저도 재판장의 판결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부록으로 담아 놓은 김 교수 관련 재판 판결문들을 읽고 있노라면 씁쓸함이 남는다.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고 무엇을 위한 정의 실현인지 모르겠다. 이 사건만 놓고 사법부 전체를 불신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이번 논란이 사법부에게 자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사법부라는 그들의 구호가 부끄럽지 않도록.
※ 본 서평은 출판사의 제공 도서를 읽고 책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 작성한 것입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