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옥수수와 나 - 2012년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영하 | 문학사상사 | 20120116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지금까지 총 36권의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있다. 그러나 이 한 권의 책을 오롯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년 이맘 때에 서점에 나가보면 판매대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작가와 작품제목을 보며 지나치길 몇 년째였다. 그러고보니 2010년 수상작인 박민규의 <아침의 문>은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던 어느날, 서점에서 선 채로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제대로 만나지 못해서 아쉬움도 많고 미련도 남았던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그러나 올해는 대상을 수상한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를 필두로 그의 자선대표작과 문학적 자서전을 비롯해 함정임, 김경욱, 하성란, 김숨, 조해진, 최제훈, 조현까지 우수상 수상작들을 엮은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드디어 만났다. 그리고 형광주홍빛의 표지 글자들이 아직은 낯설다.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기 전에는 약간의 두려움도 있다. 어쩐지 이런 유명세 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하면 모름지기 '대중적'이라는 말보다 '실험적'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기 때문이다. <옥수수와 나>를 읽으면서도 '그럼 그렇지'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자신이 옥수수가 아니라는 것을 겨우 납득했다는 사내의 농담 같은 이야기로 시작되니 말이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이야기는 평범한 현실적 상황들을 펼쳐 보였다. 그래서 깜빡 속을 뻔 했으나 이내 이상스런 불륜관계와 또 이상스레 엮이게 되는 또 다른 불륜관계 등이 등장하면서 이 소설은 '대중적'과 '실험적'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기 시작한다. 실제로 문장들을 읽고 때때로 웃으면서도 그 이면에 어떤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읽는 동안에는 분석하지 않았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인데도 중간중간 등장하는 반전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가 이 작품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의 일부는 쉽게 공감가지만, 또 일부는 내가 사는 세계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들이라서 그냥 그런가 보다하는 정도에 그친다. 뒤에 문학평론가가 남긴 이 작품의 분석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불현듯 이런 생각도 들었다. 과연 작가는 이 평론에 실린 이 모든 의미들을 다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썼을까?하고... 이런 평론들을 읽다보면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의미들을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본 작품보다 더 어렵고 심오한 단어들로 나열된 문장들이 나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한다.
대상작 이외에도 김영하의 두 작품과 그의 수상소감, 그리고 다른 작가가 바라본 작가 김영하에 대한 글도 함께 실려있다. 그리고 7명의 우수상 수상작들이 뒤를 이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김숨의 <국수>-<옥수수와 나>와 함께 대상작 후보로서 막판 경합을 벌였다고 한다-와 조현의 <그 순간 너와 나는>, 김경욱 <스프레이>였다. <국수>는 의붓어머니와 자신의 관계를 국수 한 그릇을 담아내기까지의 과정으로 묘사해낸 그 잔잔하고 따뜻함이 인상적이었고, <그 순간 너와 나는>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익숙한 구성방식 속에서 화자가 들려주는 어린시절 한 소녀와의 기묘한 경험들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스프레이>는 일상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 범죄로 발전되는 돌발적인 상황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치명적인 결과들이 섬뜩하면서도 현대인의 심리와 생활을 잘 묘사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 작품집으로 다시 확인한 것은 하성란 작가의 작품은 역시나 나의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먼 작품세계인 것 같다는 사실.
1987년부터 작년까지 나열된 대상 수상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살펴보며 대한민국의 문학이 이 문학상과 함께 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열심히 쓴 작품들로, 또 앞으로 이들의 뒤를 이어 이름을 올릴 차세대 작가들의 작품들이 지금의 대한민국 문학을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지 않겠는가. 과연 제37회 이상문학상 수상집의 표지를 장식할 주인공은 어떤 작품일지 사뭇 기대된다.
※ 본 서평은 출판사의 제공 도서를 읽고 책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 작성한 것입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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