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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완결편) - 세상을 바꾸는 작은 관심과 사랑

by 푸른바람꽃 2009. 12. 2.
출판사
국일미디어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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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색색의 크레파스를 보는 것 같은 책의 표지를 보고 있노라면,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이미 독자들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느낌이다.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문화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세계지도를 활짝 펼쳐놓고 보면 우리가 사는 곳은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그것도 온점이 아닌 삼팔선으로 나눠진 반점... 그 반점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제 밥그릇을 무사히 챙기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나의 일상인 동시에 왜 그간 어려운 이웃 혹은 지구촌 문제에 시선을 돌릴 틈도 없었는지에 대한 궁색한 변명이다. 그런 걱정은 나보다 위대한 사람들의 몫으로 미루고 살아왔으며,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내가 세계 평화까지 걱정하며 살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완결편)>을 읽기 전까지 그랬다.  

 

아이들의 동화책처럼 큼지막한 글씨와 삽화를 눈으로만 본다면, 이 책의 전반부를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글이 담고 있는 의미를 곰곰히 되새기며 읽기 시작하면 책의 두께와 글자 수에 상관없이 이 책은 한없이 오래 읽어야 되는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생각주머니 속에서 각양각색의 그래프를 그려 보았다. 그래프에서 내가 본 것은 세계의 인구문제, 환경문제, 자원고갈문제, 빈민국 문제 등 온갖 문제들 투성이였다.

 

그동안 너무 크고, 넓고, 지나치게 많아서 어림짐작도 못했던 지구별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100이라는 숫자로 압축해 놓은 이 책의 전반부는 내가 속한 곳과 나를 둘러싼 세상을 단순화시켜 보여준다. 손 내밀면 닿는 곳이 내가 사는 세상의 전부라 여겼던 우물 안 개구리가  자신과 별개라 여겼던 더 큰 세상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기서 이 책은 (완결편)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100인이 사는 세계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글로벌, 지구촌, 세계 시민... 평소 말로만 떠들던 '세계는 하나'라는 말을 실천에 옮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나'만 행복한 세상이 아닌 '우리'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궁리하고 실천하도록 이끌고 있다. 책을 읽으며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란 작품이 생각났다. <식스 센스>의 할리 조엘 오스먼트가 여전히 앳된 모습으로 등장했던 그 영화 속에서 '시모넷'선생님은 '트레버'를 포함한 반 아이들에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를 찾아내 실천하라"는 숙제를 냈다. '트레버'는 이 문제에 대해 "Pay it forward" 즉, 도움주기란 방법을 생각해 내고 실천에 옮긴다.

 

쉽게 생각하면 일종의 다단계 원리지만, 물건 강매 대신 댓가 없이 도움과 선행을 베품으로써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세상과 이웃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깔려 있었다. 이 영화와 이 영화의 원작 소설로 실제 미국에서는 Pay it forward 단체가 생겨났고, 영화 같은 일이 현실화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완결편)> 후반부에도 우리는 현실 속의 수많은 '트레버'를 만날 수 있다. 지금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그들에게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우리의 사소한 관심도 지구 반대편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빛이 될 수 있다는 것. 생각해 보면 진정으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블로그나 카페 활동을 하다 보면 가끔 콩을 한 알씩 받게 된다. 이 콩은 기부하는 것 외에 달리 쓸 곳도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모였다 싶으면 으레 기부하기를 반복해 왔다. 그렇게 잊고 지냈는데, 어느날 갑자기 낯선 단체에서 보낸 메일을 받았다. 내가 어디에 기부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그 작은 콩알들이 도움이 됐다는 어떤 곳에서 감사 인사를 전해온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해서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결국 이런 작은 도움마저도 모이고 또 모이면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 일이다. 영화 속 '트레버'의 생각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희망의 씨앗이 널리 퍼져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큰 나무가 될 때쯤에는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포함해 세계도 더 푸르고 아름다워져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