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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 -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

by 푸른바람꽃 2009. 12. 6.

회전목마

저자 오기와라 히로시  역자 김소연  원저자 高橋, 克明  
출판사 북홀릭   발간일 2009.10.25
책소개 '소심 공무원'의 코믹 감동 원더랜드 도전기『회전목마』. 코미디와 미스터리, 그리고 하드보일드 등의...

 

공무원 하면 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정적인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렇지 않은 공무원들이 들으면 매우 억울한 소리겠지만, 가끔 업무 요청을 하러 시청에 갔을 때나 개인적인 용무로 관공서를 찾았을 때의 불쾌한 경험들때문에 이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민간기업에 비하면 문서 하나까지 수많은 규정과 규율이 그들을 옭아매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가끔은 그들 역시 그런 환경에 길들여져 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됐다.

 

'관례'라는 틀에 갇혀 꼼짝 못하기는 <회전목마>에 등장하는 일본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회전목마>의 주인공 케이치는 코마타니 시청의 9년차 공무원이다. 그도 한 때는 가전회사의 사원으로 3년간 근무했었다. 그러나 연일 야근과 격무에 시달리며 과로사 혹은 자살로 죽어 나가는 동료들을 보게 되자  전직을 결심한다. 다행히 고향인 코마타니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시청에서 일하게 됐고, 미치코를 만나 결혼도 했으며, 아들 텟페이와 딸 카에데도 낳았다. 9시에 출근하여 5시 칼퇴근, 선거나 자연 재해와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야근이나 특근도 없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유로운 전원생활이 코마타니에서 지내온 케이치의 지난 8년이었다. 그런 그의 잔잔했던 일상에 갑자기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매년 적자 경영으로 코마타니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놀이공원 '아테네 마을'의 리뉴얼 추진실로 전보 발령이 난 것이다. 원치 않아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가라면 가야 하는 것이 직장 생활이다. 그렇게 케이치는 '아테네 마을' 리뉴얼 추진실로 가서 얼떨결에 '골든위크 스페셜 이벤트'까지 떠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케이치가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안 수많은 고비가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공무원들의 경직성은 케이치와 사와무라 뿐만 아니라 나까지 질리게 했다. 무조건 "안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안 되는이유란 고작 '작년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변화'의 'ㅂ' 조차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덮어놓고 반대하고 나서면, 일하는 사람은 순식간에 사기가 꺾인다. 다행히 케이치는 낙담하는 대신 소싯적에 몸 담았던 연극 극단에서의 경험을 살려 위기를 모면하고 계획대로 이벤트를 밀어붙인다. 

 

책을 읽기 전에는 놀이공원 재건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달리 케이치의 임무는 당장 코 앞으로 다가온 '골든위크 이벤트'의 성공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지난 8년간 매일 똑같은 일상의 '안정'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주인공 케이치가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 가는 인물이 되어 이벤트 성공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오기와라 히로시는 특유의 웃음과 재미로 풀어나간다.

 

그러나 이 책의 결말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회전목마>라는 동화 같은 제목에, 동화 처럼 예쁜 표지를 가진 책이였기 때문에 내가 너무 동화같은 결말을 상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결말의 상황을 놓고 보면, 한바탕 꿈을 꾼 것만 같다. 케이치도 그런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어찌보면 이 책의 결말이야 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가장 가깝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 텟페이가 회전목마를 타며 케이치에게 묻는다.

 

텟페이 : "저기, 이거 날지 않아?"

케이치 : "아니, 안 날아."

 

텟페이 : "위잉~ 하고 엄청난 스피드를 내거나 하지 않아?"

케이치 : "안 그래. 위아래로 조금 움직일 뿐이야"     

 

텟페이 : " 뭐야. 아까랑 똑같아?"  p.442~443

 

나도 텟페이처럼 생각했다. 결국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냐고... 그리고 왜 이 책의 제목이 회전목마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러나 텟페이의 말에 케이치는 "똑같지 않아"라고 분명하게 답한다. 겉으로 보기에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케이치에게는 아직도 그 '변화'의 바람이 계속 불고 있음을 그의 말에서 알 수 있었다.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았던 '페가수스' 회사 이사진들의 모습을 통해 오기와라 히로시가 지적한 무사안일주의는 공무원들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뿌리내리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안정적 생활에 익숙해진 나머지 변화를 거부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도 없다. 

 

이는 곧 우리 '삶에 대한 직무유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잊고 지나칠 뻔 했는데, 이 책의 단점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원문 그대로를 한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문장들은 내용의 이해를 어렵게 하고, 한 문장 내에서 같은 격조사의 반복은 문장 구조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러므로 허술한 번역이 옥의 티와 같았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