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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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다이브 2권은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문제를 본격화시키며 시작 된다.
그 선정방식이 석연치 않았던 것은 뽑힌 사람이나 그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다른 사람들에게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문제로 인해 오히려 슬럼프에 빠진 것은 그렇게 선정된 국가대표 내정자였다. 그는 현재 일본 내 다이빙 실력 2위임이 분명하다. 그런 그가 2명의 국가대표 중 하나로 뽑힌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정정당당한 승부를 통해 승리를 쟁취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까지 피땀 흘려 왔기 때문에 그것은 그에게 절실한 문제였던 것이다. 다른 선수들 역시 승부에서 발생할 지 모르는 이변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었다.
모두에게 실망스러웠던 밀실 회의를 통한 국가대표 내정문제! 우여곡절 끝에 승부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고, 그러는 과정에서 세 소년은 또 한 번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다. 각자가 이뤄야 할 각자의 꿈을 향해, 그리고 모두가 희망하는 올림픽 국가대표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콘크리트 드래곤을 수 십 수 백 번 올랐고, 사방 25미터 사각의 풀로 추락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스포츠맨십이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정정당당이겠지만, 불현듯 요즘 다시 방송되고 있는 K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외치는 마지막 구호가 생각났다. 그들이 벌이는 게임인지 경기인지 분간 안 되는 프로그램 내용에 비해서 너무 멋졌던 말.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라는 이 말이 다이브에 등장하는 모든 다이빙 선수들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나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를 질투하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2등보다 외로운 1등을 꿈꾸며, 스스로를 넘어서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아이들의 마음 속에 이 스포츠맨십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 그 자체였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생각과 말들로 형들에게 힘이 되어 주었고 다이빙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도모키, 선의의 경쟁이 갖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리더 요이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이빙 그 자체를 위해 몸을 던진 시부키,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 레이지, 다이빙에 직접 도전하는 것보다 그들을 열심히 응원해준 사치야. 그리고 이 아이들이 꿈을 향해 비상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었던 세 명의 코칭 스텝들!! 이들이 모두 스포츠맨십의 표상이었다.
시작부터 2권을 마칠 때까지 주인공들이 10m의 다이빙 플랫폼에 설 때마다 나도 그 위에 함께 서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마음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이미 준비를 마친 소년들은 주저 없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 모습은 아직 영화도 보지 못했으면서 마치 실제로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그들이 설레면 나도 설레었고, 그들이 절망하면 나도 절망했다. 그래서 그들이 마지막에 이뤄낸 각자의 쾌거에 내 일처럼 기뻐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책의 주인공이 도모키, 요이치, 시부키 이 세 사람이라서 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지만, 작가는 2권의 후반부에서 이 세 사람 외에 레이지와 사치야를 비롯한 코칭 스텝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비록 다이빙이 비인기 종목이라 설움을 받고 있지만, 이들만큼은 조연이라는 이유로 이야기에서 묻히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하고 있다. 덕분에 주인공들의 화려한 그늘에 가려져 있던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한층 깊이있게 등장인물 모두를 이해하게 됐다.
그들의 꿈과 함께 하는 동안 나는 책 속의 아사키 코치가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의 꿈이 곧 나의 꿈인 것처럼 행복했고, 설레었으며, 충만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지금보다 더 빛나는 미래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에 기대에 찬 시선으로 세 사람을 지켜볼 수 있어 뿌듯했다.
끝으로 책을 읽고나서 더 보고 싶어진 영화 <다이브>를 하루 빨리 국내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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