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 것 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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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주도 유전일까? 이 책의 제목처럼 만드는 것을 일로 삼은 아버지의 유전자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릴 때부터 나는 손으로 만들고 붙이고 다듬는 것들에 소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집중력까지 최고조에 달해 어딘가 몰두할 때마다 나오는 나만의 버릇인 토라진 사람처럼 입을 쑥 내밀게 된다. 그렇게 손바느질, 조롱박 공예, 뜨개질, 유아교구 만들기 등 손으로 하는 것들에 애착이 많다. 가끔은 이런 손재주를 직업으로 발전시키면 어떨까 혼자 공상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말 그대로 공상으로 그치고 만다. 그런데 <만드는 것 일로, 삼았습니다>의 주인공들은 이런 손재주의 달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다운 솜씨로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 창업하게 된 여성작가 15인이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얼마 전 어떤 책에서 본 내용인데 캐나다는 '핸드메이드'라는 꼬리표만 달면 그 제품이 기성품보다 훨씬 잘 팔린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수제품들이 공장 제품보다 당연하다는 듯 비싼 가격에 팔리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찍어 낸 것처럼 똑같은 옷, 가방, 신발, 액세서리 등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일수록 수제품에 열광한다. 남들과 차별화 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군가의 손으로 정성껏 제작된 단 하나의 제품으로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리라. 이런 수제품의 수요가 있기때문에 이 책에 실린 창업주들도 얼마간의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창업을 결심했을 것이다.
본문에 앞서 책의 목차를 살피며 좀 놀라웠다. 수공예의 세계가 이렇게 다양했던가? 이전까지는 수공예라고 해 봐야 바느질, 뜨개질, 공예품 등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에 소개된 처음 보는 분야들을 접하며 어떻게 보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잠재적인 수공예 분야로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스테인드 글라스나 은공예, 팝 분재, 종이 오리기와 같은 분야는 낯설어서 더욱 관심이 갔다.
15인의 작가들 중 대부분은 단순히 좋은 취미로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즐겨 하다보니 자연히 실력이 늘었고 상품으로서 가치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얼마나 좋겠냐는 말에 혹자는 그것이 돈벌이가 되고나면 그 일 마저도 싫어지게 된다는 부정적인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만드는 것 일로, 삼았습니다>의 주인공들에게서는 모두 자신의 일을 즐기며 일하는 행복한 손재주꾼들의 모습이 엿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정성껏 만든 작품들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도 대단한 것 같았다. 따라서 이 책은 15인의 작가들이 전하는 경험담을 통해 재주를 그냥 묵혀 두기 아까운 사람들에게 창업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준다. 다만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사업은 사업이고, 경영에도 어느 정도의 감각은 있어야 성공을 거두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시장 경쟁은 수공예라고 해도 피해갈 수 없으니까.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아 재능을 개발하고 그것에 열정을 바치며, 또 그로써 행복을 느끼는 그녀들의 삶이 부러웠다. 비록 창업이 목적은 아니겠지만 일단 배워보고 싶은 분야도 하나 알게 되어 곧장 찾아보니 국내에서도 동호인 카페와 강습 등이 개설되어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나도 새로운 '만드는 것'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그럼 언젠가 그녀들처럼 취미를 직업으로 삼게 된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런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은 그 행복한 상상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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